〈로타레〉
양손의 열 손가락을 서로 맞닿은채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회전하듯 돌린다.
평범하게 어머니를 도와 빵을 반죽하는 것으로 언제나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던 그 날.
졸음과 지루함이 뒤섞인 상태에서 반쯤 감은 눈으로 익숙하게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가
실수로 손이 미끄러지며 옆에 두었던 달걀 하나를 툭 치고 말았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러가는 달걀이 테이블 끝에서 떨어지며 깨지려는 순간,
아까운 음식 재료를 낭비했다며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함께 절대 실수를 들켜 마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뒤섞여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떨어지는 달걀을 가두어 감싸려는듯 양손의 끝을 모아 뻗었고
그때 떨어지던 달걀이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붙잡은 것처럼 공중에 멈췄다.
(@tictoc_mull 커미션)
언뜻 눈길을 주면 연한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섬세한 얼굴선을 따라 고집스레 감싸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눈을 덮지 않은 앞머리 그리고 그 아래 마주하는 눈매는 찬찬히 뜯어보면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 두눈과 좀처럼 시선을 마주하는 일이 요연한 탓인지 생각보다 인상이 차갑다거나 치켜올라간 눈꼬리 때문에 유독 눈매가 날카롭다는걸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울지도.
또래보다 '확연히' 매우 통통한 볼과 '다소' 푸짐한 체격은 전체적으로 유순히 보일만도 한데
무심히 다물린 입술은 퉁명스러워 보였고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은 부드러워 보일 것 같은 인상을 단번에 깨버리곤 했다.
입고 있는 옷은 처음엔 분명히 품이 컸었지만 한 해, 한 해 지나며 어느새 틈 하나 없이 몸에 딱 맞아갔고
내일이면 옷이 뜯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게 할 만큼 꽉 맞물리다 못해 터질 것 같이 보인다.
품이 넉넉한 만텔로네로 애써 가리려고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부분… 성격이 고약한 먹보로 보이기 일쑤다.
[ 겁이 많은 / 자기방어적 / 쉽게 긴장하는 ]
바인 벨로가 지나가면 꼭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따른다.
사크로루네트의 겁쟁이. 사크로루네트의 쫄보.
타고나길 심약하고 겁이 많은 성정으로 태어났으며 주변환경으로 인해 변화는커녕 자라날수록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살기보다는 최대한 주변 이웃을, 사람들을 피하고 거리를 두는 법을 익혔다.
마을 사람들이 너, 나 할 거 없이 모두가 서로의 일에 깊게 관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마을 분위기는 그 자체로서 일말의 안도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이 좁고 작은 곳에서 자신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것에 대한 부담감. 잊히고 싶어도 잊히기 어려운 특유의 관계망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어릴 때부터 쭉 그를 짓눌렀으며 너무 익숙한 공포였다.
그 결과 바인은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도망치거나 상대하지 않는 법부터 깨우쳤고.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것보다 어디론가 숨고 싶다는 감정부터 깨달았다.
그에게 타인과의 교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편안함 보다는 긴장과 불안을 동반하는 어쩔 수 없이 해내야 하는 숙제와도 같다.
[ 신중함 / 까다로움 / 예민한 / 그렇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는 않는 덜렁임 ]
뭇사람들의 기대를 양어깨에 짊어지고 신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신중함의 이름을 뒤집어쓴 예민함이 추가 되었고 그래서인지 학생들 사이에서 평가는 대부분 좋지 않은 편이다. 자신 딴에는 예민한 면을 철두철미하게 감춘다고는 하지만… 기실 숨기는 데에는 도통 재주가 없어 표정 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나 그와 함께 지낸 사람들은 대부분 눈치채고 있는 건 물론, 본인 혼자서만 자신의 예민함을 주위에 절대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생(착)각하고 있다.
입학한 뒤로 지금까지 그는 타인과 대화를 필요할 때엔 머릿속으로 열 번은 더 문장을 되새기고 입을 열었으며 자잘한 시험을 준비할 때도 손에 쥔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읽고 같은 문장을 끊임없이 확인하곤 했다. 시험이 있는 기간에는 책상 위에 놓인 것들의 위치, 각도까지도 여전히 쓸모없는 것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고 있다.
1.사막의 별빛이 머무는 마을, 사크로루네트(Sacrolunette)
성국 동쪽과 서쪽의 중간 지점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나오는 곳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
사막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에 성국 내에서도 고립된 시골 마을 중 하나. 덕분에 상인들조차 약속한 날짜를 제외하면 거의 방문하지 않으며 이따금 마을의 별명 때문에 외부인이나 여행객이 방문하고는 하지만 그 조차도 몇 년에 한두명 꼴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마을의 이름을 말하더라도 어디에 있는 곳인지 정말 존재하는 곳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소규모의 마을인만큼 이곳에 거주하는 모두가 서로를 가족, 먼 친척으로 여길 정도로 공동체 문화가 강한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루치교의 신자인 것 맞으나 종교 보다는 당장의 먹고 사는 것이 더 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마을 전체를 둘러보아도 큰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보다는 확연히 종교색이 옅은 편이다.
종교색이 옅다고는 하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하여 종교에 관련된 행사나 축제 같은 경우 규모가 간소, 소박하게 진행되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하고 있으며 마을 내에 성당이나 사제가 상주하지 않아 성국에서 정해진 엄숙한 절차에 따른 종교의식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해 오던 방식으로 기도나 의식이 치뤄지는 편.
절차에 얽매이지 않는 소박한 신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외부인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생소함에 이들이 믿는 종교가 과연 루치교가 맞는지 어리둥절함을 자아내기도.
마을내의 의식주는 대부분 자급자족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몇 달에 한 번 상인이 방문한다.
밤이 되면 하늘이 맑을 때엔 별이 쏟아지는 듯한 광경이 장관이란 소문에 드물게 이 별구경을 위한 외지인이 방문하기도.
마을의 특산품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작은 공예품을 소규모로 수제 생산하고 있으며
바인 또한 어머니가 손수 자수를 놓은 밤하늘 모양의 작은 천을 책갈피처럼 사용하고 있다.
2.사크로루네트의 벨
사크로루네트에서 태어난 토박이. 억척스럽고 담대한 성격을 가진 어머니와 확연히 다른 모습의 그를 보는 이웃들은 유약한 모습이 죽은 제 아비를 꼭 닮았다고 그가 지나가면 종종 안쓰러운 눈으로 보기도 했다.
마을의 지리적 특성상 서로의 일에 깊이 관여하고 이웃들이 서로를 지지해주는 공동체적인 분위기는 바인에게 안도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웃들의 눈을 피할수 없다는 부담감을 함께 주기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마을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했고 타인 앞에 서는 상황을 피하려고 했었고 실제로 그래왔다. 하지만… 징조 발현 이후로 모든 것이 이전과 달라졌다.
자신을 겁쟁이라 놀리던 또래 아이들은 바인을 선망어린 눈으로 바라보았고 나이가 지긋한 마을 어른들은 바인이 신학교에 입학하고 졸업한 뒤 한자리를 꿰차 이 고립된 마을을 일으켜 세울 사람이라 떠받들기 시작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아주 어릴 때,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징조를 발현한 그 때 부터 온몸으로 느낄수밖에 없었고 소심하고 유악한 천성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행동하려던 조심성이 더해져 예민한 성격의 바인 벨로로 진화 되었다.
3.먹을 때는 상?냥한 먹보
풍족함과는 거리가 먼 사크로루네트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음식 재료들로 이루어진 소박한 식탁이 전부였고. 바인 또한 많이 먹는 편도 아니었으며 음식에 큰 욕심도 없는 편이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입학한 뒤 바인의 세상은 아주 조금 달라졌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처음으로 접한 탓인지 먹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더 식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을 뿐인데 하루가 다르게 왜 걸을 때 힘들어지는 건지 모르겠다. 음식 앞에서는 평소보다 행동들이 조금 덜 조심스러워졌고 무언가를 먹고 있을 땐 조금 덜 예민해진다는 것을 그와 함께 지낸 사람들은 대부분 눈치챈지 오래다.
최근의 고민은 하루가 다르게 살이 붙어 조만간 옷이 찢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
변화를 이끌기 보다는 현재의 삶을 지키고 안주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물론,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변화에는 자신 스스로와 가족, 마을 사람들 같은 주변은 되도록 휩쓸리고 싶지 않아 하는 편이라서.
〈로타레〉
양손의 열 손가락을 서로 맞닿은채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회전하듯 돌린다.
평범하게 어머니를 도와 빵을 반죽하는 것으로 언제나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던 그 날.
졸음과 지루함이 뒤섞인 상태에서 반쯤 감은 눈으로 익숙하게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가
실수로 손이 미끄러지며 옆에 두었던 달걀 하나를 툭 치고 말았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러가는 달걀이 테이블 끝에서 떨어지며 깨지려는 순간,
아까운 음식 재료를 낭비했다며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함께 절대 실수를 들켜 마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뒤섞여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떨어지는 달걀을 가두어 감싸려는듯 양손의 끝을 모아 뻗었고
그때 떨어지던 달걀이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붙잡은 것처럼 공중에 멈췄다.
[ 변화하는 / 현실적인 / 다소 쌀쌀맞은 / 그럼에도 여전히 ]
사람들은 흔히 타고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 7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고 그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으며, 또 많은 것들이 그대로였다.
평생 시골의 첨탑에 틀어박혀 나홀로 신학 연구에만 몰두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그는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고, 덕분에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했던 건 사람들과의 교류에 익숙해지는 일이었다. 졸업 후 도망치듯 마을에서 벗어나려고만 했던 모종의 결정 이후, 여러 사람들과 마주하고 부대끼며 생각보다 타인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그로인해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는 상대에게,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 영향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현실도 몸소 깨달았다. 그 결과 이제는 제법 타인과 대화할때 부담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법을 깨달았으며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무작정 시선을 피하기 보다 상대와 눈을 마주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있어서 사람을 마주하고 상대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아직은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 긴장을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예전의 습관이 나올때도 있었다. 그에게는 여전히 타인과의 교류는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하지만 예전처럼 두려움에 빠져 숨거나, 어색함에 눈을 피하는 대신, 이제는 그 숙제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타인의 기대를 짊어지고 살던 삶 때문에 유난히 예민하고 신중한 성격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되도록 냉정하고 침착함을 잃지 않는 차분한 성격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웬만한 일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예전보다는 좀 더 매사를 냉소적으로 보거나 쌀쌀맞게 바라보는 성향이 생겨 덕분에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중에선 가끔 나가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선 안에 둔 관계, 신뢰를 주고 받는 관계에 한해서 자신의 상관 혹은 지위적으로 윗사람이라 생각하면 이유불문하고 상대의 명령을 따르려고 노력하며 그 편을 그 어떤 관계보다 매우 편하게 여긴다. 말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한정되어 있는 편으로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자신의 한계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객관적인 성격 탓에 자신의 것보다 낫다고 판단되는 의견이나 생각은 열린 자세로 수렴하려고 노력한다.
1.사막의 별빛이 머무는 마을, 사크로루네트(Sacrolunette)
성국 동쪽과 서쪽의 중간 지점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나오는 곳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
사막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에 성국 내에서도 고립된 시골 마을 중 하나였고 이변으로 피해가 극심했던 칼드롬 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 덕분인지 혹은 천운이었는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변 속에서도 다행히 마을과 그 근처에서는 이변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크로루네트 만큼은 7년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모습이 거의 없을 정도.
그나마의 변화를 꼽자면 체계없이 자기들만의 풍습처럼 치뤄졌던 각종 종교 행사가 조금씩 정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이제는 그나마 조금씩 체계를 갖추어 가고 있다는 것. 그외의 변하를 하나 더 꼽자면 마을에서는 소규모로 공예품을 수제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마을이란 소문이 간간히 주변에 난 덕분에 예전 보다는 좀 더 마을의 활기가 도는 편이다.
2.사크로루네트의 바인 벨로
마을 사람들은 그가 신학교를 졸업하면 교구 소속의 사제가 되어 자신들의 마을을 이끌어 주리라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그는 사제가 되는 대신 성기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신학교에서 성력 수련을 마친 후 바로 군사 훈련에 자원했으며 성기사단이 된 이후로는 이변이 일어나는 곳 위주로 파견이 되었던 탓에 졸업을 한 이후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
3.갓 태어난 새끼 노루?
성기사를 희망하면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바로 체력. 그 누구에게도 신앙심이나 종교를 대하는 신실함 그리고 성력의 사용에 있어서는 그렇게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조금만 뛰어도 가빠져 오는 숨과 조금이라도 뛰면 금세 떨어지고 마는 체력이었다. 타고나기를 외부에서 활동하는 것 보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을 즐기는 성정 탓에 움직이는 걸 그 누구보다 싫어하며 자라왔고, 어린시절 부족했던 영양이 신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갑자기 과잉공급 되어 갑작스레 불어난 몸집으로 그에 따르는 불편함에 더더욱 그의 인생에 운동은 없는 듯 움직이는 걸 싫어하며 살아왔지만 성기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 공식적인 군사 훈련 외에도 개인적인 체력 훈련을 병행했다. 난생처음 자의로 하는 운동, 그리고 다분히 어색한 움직임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마치 갓 태어난 새끼 노루 같이 움직인다고 표현했던건 그와 함께 지낸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 정도로 비밀 아닌 비밀이다. 검술이라거나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지는 않았고 군사 훈련에서도 필요한 기본적인 훈련만을 받은 탓에 제대로 된 검술 혹은 기술에 대한 열망이 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