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클레멘 힐데브란트
Clement Hildebrand
카엘루마 성국
189cm  , 71kg  ,  19y

✦징조

〈침묵〉

검지로 입술을 살짝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취한다.
9살, 사촌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즘 발현했다. 지금의 클레멘은 절대 하지 않을 일이겠지만, 어릴 적의 그는 보러 가도 좋다는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로 갓난아기의 모습을 보고자 방에 몰래 들어갔다. 기척 없이 다가선 클레멘을 발견한 아기는 당연하게도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소리를 듣고 사람이 올까 걱정한 클레멘이 쉿-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는데… 순간 저택 내부가 일말의 소리조차 없이 고요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적막이었으며 사람들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행이라 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력을 발현했다는 사실 때문에 몰래 들어간 일에 대한 혼은 나지 않았다.
※두상 출처:https://www.neka.cc/composer/11561

인상착의

곧게 뻗은 콧대, 두껍고 일정한 선의 눈썹, 쳐지지도 치켜 올라가 있지도 않은 눈매, 굳게 다물린 입술 등. 조목조목 따져보면 전체적으론 단정한 인상의 얼굴이지만 그를 처음 마주하면 화려하다는 첫인상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그 이유를 추측하기 그리 어렵지는 않은 것이, 분명 그의 옅은 분홍빛의 머리카락과 선명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는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쉬이 눈에 띄는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꽃잎같이 부드러운 결의 머리카락 중 앞과 옆머리는 일직선으로 단정하게 잘라 정리하였고, 길게 기른 뒷머리는 지저분해 보이는 일이 없도록 하나로 땋아 내렸다.


수브타나와 펠레그리나 아래에 가려진 체격 자체는 건장해 보이는 편이 아니라, 앉아 있는 모습만 보고 그의 신장을 유추하였다가 일어섰을 때 확연히 높아지는 시야에 놀라는 인물이 적지 않았다. 분명 처음 신학교에 들어설 때만 해도 평균보다 작았던 편에 속해 있었는데 심화 과정에 들어섰을 즘부터 지금까지 나무처럼 위로 쑥쑥 자랐다. 대공의회에 참가한 2년 동안에도 조금씩 자라서 현재 입고 있는 의복의 소매가 묘하게 짧다.


안 그래도 커다란 신장인데 항상 바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니 기본적으로 상대를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원치 않은 위압감을 주곤 한다. 표정이라도 좀 다채롭고 부드러우면 덜하련만, 언제나 담담한 무표정에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얼굴이니 다가가기 어렵다는 평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품행

[근면성실, 원칙주의, 타의모범]

가장 전반적인 평판은 누구에게나 모범이 될 정도로 성실하며 품행이 바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일상적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신앙심을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의 흠도 없이 정결한 이로 정평이 나 있다. 외관의 단정함, 규칙적인 생활에서 드러나는 신실함, 사치를 멀리하는 검소함, 도움을 구하는 이를 결코 지나치지 않는 자비로움 등 종교의 교리와 미덕이 정하는 규율과 규칙에서 강박적이라 여길 수 있을 만큼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서 파편적으로 읽어내린 그라는 인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어둔 정사각형과도 같았다.

워낙 원칙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사고의 유연함이나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분명 존재한다. 다행히도 외골수는 아니라 주변의 적절한 조언을 받아들이기에 단체에 어울리는 면에서 크게 모나 있진 않다. 


[예의, 절제, 무욕]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항상 경어를 사용하며 일관적으로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춘다. 과도한 겸양은 자칫하면 비굴해 보이거나 자신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엄격한 교육이 체화되어 자기통제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감상을 준다. 깔끔하게 정제된 행동과 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표정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어서 어디 목석을 가져다 사람처럼 조각해 놓아둔 것 아니냐는 농도 들을 정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예의를 차린다는 점이 결코 단점이 될 수는 없겠으나 혹자에게는 어울려 지내기엔 너무 답답하고 재미가 없는 인물로 평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결한 행실은 루치교의 신자로서 뛰어난 미덕이지만, 너무 억누르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인의 욕구를 표현하는 일이 드물다.


[정적, 수동적, 중립적]

어떤 상황에서든 적극성이 떨어져 주도적으로 나서거나 자신의 의견과 호오를 표현하는 일이 드물다. 그런 탓에 자연스레 타인에게 벽과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성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자를 밀어내거나 거절하지 않으며 그것이 그른 일만 아니라면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도 않기에, 조금만 알고 지내도 일부러 사람과 거리를 두는 인물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사람과의 대화에 서툴거나 피하는 것도 아니고 먼저 소소한 담화를 거는 경우도 꽤 있기에 과묵하다는 수식은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다. 언성이 높아지거나 커지는 일이 없어서 주변에 흐르는 분위기가 정적이라 느껴지는 쪽. 빈말이나 거짓말을 할 바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선택하기 때문에, 대화 중 입을 다물어버리는 일이 종종 존재하여 더 조용한 이라 여겨지는 것도 있을 터이다. 타인을 자신의 기준이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일이 없고, 명백히 교리나 법을 어긴 일이 아니라면 갈등의 상황에서 누군가의 편을 드는 일이 없기에 오로지 들어주는 사람을 원한다면 제법 괜찮은 대화상대이다. 입이 무거운 이라는 건 굳이 강조해 주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누군가에게 말을 옮길 걱정도 적었다. 


[미지근한 다정, 공평한 관심, 조용한 참견]

남에게 초연하고 무관심할 것 같은 느낌과 다르게 의외로 주변 인물들에게 섬세하다. 스치듯 말한 사소한 이야기도 기억하고 있으며, 호불호를 고려해 상대의 성향에 맞추어주려 노력한다.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다거나 평판을 위한 일이 아닌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구태여 안 할 필요가 없다 여기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엄격한 것에 비해 타인에게는 꽤 관대한 터라 상대의 무례함이나 방만함 또한 쉬이 넘겨버린다. 그의 반응을 이끌어내겠다고 일부러 도발하는 상대에게도 “바라시는 대답을 들려줄 수 없을 듯하니, 이런 일에 기력을 낭비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정도의 조언 비슷한 반응 정도만이 전부인 편. 

오히려 친밀하다 여기는 상대에겐 약간의 참견을 하곤 하는데 본래라면 멋쩍지 않도록 말하지 않았을 머리가 뻗쳤다거나 옷매무새가 흐트러졌다는 등 사소한 지적을 하거나 직접 고쳐주는 것 같은 참견이다. 그런데 이 친밀함의 기준이 본인만의 기준이라, 때론 그를 귀찮게 간섭하는 인간으로 여기는 인물도 존재할 것이다. 

이야기

1. About Hildebrand.


1) 힐데브란트 가

힐데브란트 가는 콘스탄티노파에서 서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옆으로는 덴테스 산맥을 끼고 있는 도시 ‘벨엄’을 관리하고 있는 지방 귀족이다. 카엘룸 왕국 때부터 성국으로 변모하기 전까지 벨엄의 권세가는 몇 번이고 바뀌었으나, 성황 디디우스가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실시하고 카엘루마 동서 쪽의 혼란을 잠재우고자 할 때 개혁에 편승하며 지금의 힐데브란트가 벨엄의 영주로 자리 잡았다. 그 이후로 현재까지 주교와 함께 실질적으로 벨엄을 관리하고 있는 유서 깊은 백작가로, 성국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가풍은 전형적인 동부의 가치관을 따르며, 보수적이고 영지 내부의 안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법 긴 역사를 자랑하나 예전부터 손이 귀한 편에 속해서 비슷한 명맥을 지닌 가문들과 비교해 봐도 방계의 규모 자체가 작고, 고위사제를 배출한 경우도 적은 편이다. 성직자의 길을 걷다 집안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환속한 현 힐데브란트 백작인 ‘시어도어 힐데브란트’의 사례가 가문 내에서 아주 드문 편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사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힐데브란트의 성씨를 유지하고 있는 가문 직계 구성원은 시어도어와 그 밑으로 장남 ‘패트릭’(13세), 그리고 장녀이자 막내이기도 한 ‘마틸다’(10세)뿐이다. 그렇다면 클레멘 힐데브란트는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단순하게 현 힐데브란트 백작의 조카이지만, 가문 내에서 그의 입지는 무척이나 애매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


2) 파시오 힐데브란트

힐데브란트에서의 클레멘의 위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족보를 타고 선선대 힐데브란트 백작까지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한다.

선선대 백작의 슬하에는 3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장녀이자 선대 백작인 ‘스테파니’와 장남 시어도어 그리고 막내 ‘파시오’까지 삼남매였다. 그 중 파시오 힐데브란트가 클레멘의 생부이자, 힐데브란트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이며 동시에 불미스러운 파문자이다. 

수려한 외모에 뛰어난 재능, 그리고 천재 특유의 괴짜스러움을 숨기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밝고 친화적인 성격까지 합쳐져 주변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로, 어릴 적부터 신학과 철학은 물론 특히 예술에 재능을 보이던 파시오는 성력마저 발현한 인재였다. 오히려 단점이라 여겨지던 종잡을 수 없는 사고방식도 재능과 합쳐져 참신한 신학적 관점과, 그 관점을 녹여낸 종교화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고안해내며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성직자가 되었다. 재능을 보면 총독직은 물론 추기경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으리라 평가받았던 그라, 오히려 힐데브란트를 보좌해오던 루덴 남작가 여식과의 혼인이 의외의 행보라 여겨졌었다. 

너무 뛰어난 재능은 종종 그 재능을 내려주신 신에 대한 감사함을 잊게 만든다고 했던가. 파시오의 화풍으로 신에 대한 불경한 묘사가 표현된 그림이 발견되었고, 그가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증명에 대한 발언을 종종 해왔다는 고발이 뒤따르며, 파시오가 파문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 사고였는지 자진이었는지, 강에 빠져 생을 마감하였다. 꽤 많은 이가 주목할 정도로 촉망받는 인재였던 이였던 자의 끝치고는 초라한 끝이라 평가받는 사건이 14년 전의 일이다. 


3) 파문 이후

루덴 남작가에서는 아직 남은 인생이 긴 생모 대신 백작가 측에서 클레멘을 거두어줄 것을 청하였고 막내동생을 어여쁘게 여겼던 선대 백작, 스테파니 힐데브란트가 그 청을 받아들여 클레멘을 자신의 대자로 삼았다. 그로 인해 아직 슬하에 자식이 없던 스테파니의 실질적으로 유일한 아들이 되었으나, 가문에선 그저 피후견인일 뿐이다 해석하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파시오의 파문으로 인한 충격으로 본래도 그리 건강한 편이 아니었던 스테파니가 급격히 쇠약해진 이후로 그를 곁에서 보좌하기 위해 시어도어가 급히 환속까지 하며 힐데브란트 가의 구성원으로 돌아왔으나, 파문 사건 이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신의 곁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가문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어, 이를 빠르게 수습하고자 클레멘의 정확한 입지를 따지는 대신 시어도어 힐데브란트가 백작위를 상속받는 것으로 직방계와 관련된 유지들이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선대의 의지를 존중하여 현 힐데브란트 백작 또한 후견인으로서 클레멘을 자식처럼 거두어 길렀다.



2. Who is Clement.


1) 성장기

생부의 좋지 않았던 말년을 염두에 둔 탓일까 어릴 적부터 힐데브란트 백작이 유독 엄격하게 교육했다. 특히 귀족적 교양과 행동가짐에 관해선 가정교사를 붙여주면서까지 열성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덕분에 누가 보아도 모범적이며 신실하여 문제와는 거리가 먼 지금의 클레멘 힐데브란트가 되었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비록 생부의 독보적으로 반짝이던 재능을 물려받진 못했으나, 주변 인물들은 오히려 여러 방면에서 잘된 일이라 말한다. 닮은 외모를 제하면 그의 빛도 그림자도 물려받지 않아 그 무엇도 핏줄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으니.        

가문 내부에서 여러 복잡한 이유로 겉도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의 태도만 보자하면 구성원들과의 사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시어도어는 그에게 충분할 만큼의 지원을 하였으며 그 또한 백작을 자신의 후견인으로서 존중하여 따르고 있다. 사촌 동생인 패트릭과도 신학교를 다니게 되며 조금 어색해지긴 했지만 그 전까진 친형제와 비슷하게 어울렸고, 마틸다는 신학교를 다니느라 방학 때에만 돌아오는 나이차가 큰 사촌 형제가 멋있다 여기는지 그를 무척 잘 따른다. 클레멘 또한 매일 거르지 않는 새벽기도에서 기도하는 일이 몸이 약해 저택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는 마틸다의 쾌유이니, 그도 자신이 자란 힐데브란트 가를 나쁘게 여기진 않는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2) 신학교 시절

성력이 확인된 후 그다음 해, 즉 10살에 동부의 신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한 후로는 작은 잡음 한번 없이 타의 모범이 되는 생활을 이어가는 순종적인 모범생으로서 지냈다. 성적에 관해서는 본인만의 시각과 사고가 반영되어야 하는 철학, 문학, 예술 분야 등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학, 언어와 같은 학문과 성행 이론과 실습에선 뛰어난 학습력을 보였다. 약한 과목이라도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며 평균 정도로는 따라가니 천재나 수재 소리는 듣지 못해도, 성적 자체는 계속 평균 이상을 유지하였다. 거기에 더해 신앙심이 무척 깊어 사제들에게 평가가 좋은 편이었다.  

클레멘과 동부 신학교에서 같이 지내왔다면 그가 15살쯤부터 겪었던 대격변의 시기를 목격했을 것이다. 입학했을 즘엔 또래보다 많이 자그마한 편이었던 그가 엄청난 성장통에 고생하더니 급격하게 자라기 시작해서 17살이 되었을 땐 웬만한 사람들보다 커버린 과정을 말이다. 그 와중에 심한 성장통 때문에 밤잠을 설쳐 창백한 안색으로 하루를 보내던 때가 있었다는 아주 사소한 일화도 존재한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조금씩 크는 게 멈추지 않았다. 그 범위는 줄어들어 ‘또 커졌나?’ 하는 의문이 드는 정도. 그가 매해 식물처럼 쑥쑥 자라는 원인을 밝혀내는 게 신학교 내에서의 소소한 담화 거리였다. 많은 지지를 받은 가설은 클레멘이 주로 구사하는 신체를 강화하는 성행이 성장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설.

방학이 되면 언제나 벨엄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냈다. 주로 마틸다가 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를 이루어주기 위해 돌아가서는 마틸다와 어울려 놀아주거나, 아직은 비공식적인 일이지만 후계자인 패트릭의 학업을 도왔다. 


3) 밀라나 대공의회

9학년을 지내던 중 대공의회를 소집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에 참가할 것을 제안하는 사제의 말을 받아들여 참가하게 되었다. 그가 거절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둔 제안이었지만 그게 그리 중요한 지점은 아니다. 선발 사유 중 가장 큰 사유로는 삼국의 인원이 모였을 때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만한 성품을 가졌기 때문. 다른 출신의 뛰어난 이들이 모이다 보면 분명 마찰이 생길 테니 한 명이라도 그럴 가능성이 적은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요 전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적과 성행에 대한 재능이 뒷받침되어 있었기에 그러한 점이 가산적으로 고려되어 선발되었다.

특기인 성행으로는 강화 마법을 들 수 있는데 신체 능력, 그중에서도 시각이나 청각 같은 오감을 강화하는 성행이 특기이며 그의 역용인 약화, 차단 등의 다양한 응용능력이 그의 강점이다. 처음 발현 당시 발휘한 성행도 넓은 범위의 사람들의 청각을 차단하는 성행을 운용한 것으로, 이후로도 꽤나 큰 범위의 성력을 다루는데 재능을 보인다. 그에 더해 신체 능력까지 우수한 편이라서 파괴적인 성행에 두각을 드러내는 자가 아님에도 기사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그 제안에는 그리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영지의 위치 특성상 아주 활발한 편은 아니더라도 제국과의 교류가 제법 있었기에 자연히 헤자즈어는 예전부터 괜찮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받은 상태였다. 신두어는 기초적인 수준의 학문적인 영역으로만 습득한 상태였는데, 대공의회에서 소통적인 부분으로 갈등이 일어난 이후로 더 공부하여 신두어 또한 의사소통에는 불편함이 없는 영역까지 빠른 속도로 실력을 키웠다. 원어민에 비하면 아직 모르는 단어가 존재는 했지만, 그 정도는 유추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였다. 


4) 기타

12월 4일생. 아명은 케시. 

그도 사람이므로 빈 시간에 즐기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작은 나뭇조각을 조각칼로 조각하는 것이 그의 소소한 취미이다. 딱히 비밀로 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드러내지도 않아 알고 있는 이도, 직접 본 이도 드물다. 주로 조각하는 것은 꽃이나 소동물로 종교와 관련된 것은 의식적으로 피한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제법 훌륭한 편이지만 본인은 그저 잔재주라 여긴다. 그저 집중력과 평정심 수련의 일종이라 얘기하기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것인지 인기척이 매우 없다. 옷자락이 스치는 미세한 소리를 제외하곤 발걸음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걸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놀라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나마 키가 크고 머리카락의 색도 화려한 편이라 눈에 잘 띄어서 다행일 수준. 키까지 작았을 땐 숨어 다닌 것도 아닌데 그를 잘 발견하지 못하곤 했다. 

호불호는 불명. 직접 물어보아도 본인도 명확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구분이 안 된다고. 대부분의 것을 평등히 좋아하고, 거의 모든 것을 싫어하진 않는다. 당연히 가리는 음식 또한 없다. 

"이제는 정숙할 줄도 아셔야지요."
클레멘 힐데브란트
Clement Hildebrand
카엘루마 성국  ✶ 191cm  ✶ 75kg  ✶  26y
Teresa
라데군다를 지지해오던 힐데브란트 가문의 뜻과 반대로, 암묵적으로 테레사를 지지함을 밝힌 이후에도 그 까닭을 직접 말한 적은 없다. 그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강한 정치적 의사나 심정적 지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쉬이 읽을 수 있었을 뿐. 그렇기에 그의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에 사람들은 추측한다. 이러한 선택에는 분명 어떠한 불화나 갈등이 존재했으리라고.

※이미지 출처:@chulgue27

징조

〈침묵〉

검지로 입술을 살짝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취한다.
9살, 사촌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즘 발현했다. 지금의 클레멘은 절대 하지 않을 일이겠지만, 어릴 적의 그는 보러 가도 좋다는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로 갓난아기의 모습을 보고자 방에 몰래 들어갔다. 기척 없이 다가선 클레멘을 발견한 아기는 당연하게도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소리를 듣고 사람이 올까 걱정한 클레멘이 쉿-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는데… 순간 저택 내부가 일말의 소리조차 없이 고요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적막이었으며 사람들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행이라 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력을 발현했다는 사실 때문에 몰래 들어간 일에 대한 혼은 나지 않았다.

인상착의

시간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단정한 인상의 얼굴이 무감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곡선보다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이목구비는 이전보다도 살이 내려 약간 더 날카로운 느낌을 주었으나, 그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확실히 달라진 점을 꼽자면 언제나 땋아 내렸던 분홍색 머리카락을 이제는 풀어내어 허리 너머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물론 단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양쪽 뒷머리를 조금씩 모아 원통형의 금속장식으로 묶긴 하였지만. 금빛 눈동자는 여전히 선명한 색채를 띈 채 고요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멈출 줄 모르고 크던 키는 아주 조금 더 자란 이후 드디어 멈추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그는 멀리서도 쉬이 눈에 띈다. 하지만 끝내 체격은 신장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키에 비하여 마른 축에 속했다. 익숙한 사제복을 벗고 대신 걸친 성기사단의 제복이 어색함을 채 숨기지 못한다. 푸른 안감의 망토와 은빛의 금속 장식을 택하여 걸치긴 하였지만, 부러 망토는 벗고 있는 경우가 잦다. 제복의 구성으로 지급된 장갑 대신 본래 쓰던 검은 장갑을 대신 착용하고 있다. 장갑마저 원래의 것을 바꾸기엔 손의 움직임이 불편하다나. 무장으론 가볍고 얇은 한손검을 찼고, 예비로 단검을 하나 가지고 있다.


품행

[변함없는, 근면성실, 타의모범]


그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확히 따지고 들자면 변한 부분이야 있겠으나, 그 정도가 적었다. 그를 평해보자면 여전히 신실하였고 성실하였으며 청빈하여 모범적인 성직자 그 자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리라.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융통성이라는 것이 조금은 생겨났을지도 모르겠으나, 여전히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그러시면 안 됩니다.’일 정도로 규율과 규칙을 중요시했다. 흠잡을 곳 없이 올발라야 한다는 강박은 이미 본인 그 자체가 되어 떨쳐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리하여 그는 끝끝내 성국이 정하는 교리와 규율의 틀에 알맞도록 교육된 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미온적, 정적, 관조적] 


어쩌면 예전보다도 더욱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극적이지 않다. 나서서 벽을 치거나 다가오려는 자를 밀어내는 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그는 여전히 거짓 대신 침묵을 택하는 이였으므로, 나이가 들어가고 아는 것이 많아짐에 따라 말할 수 있는 일이 줄었기에 그의 입은 더욱 굳게 다물렸다. 언제나 한 발짝 물러서 관망하는 태도는 자기방어적인 행동이기도 하였으나, 타인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이기도 하였다. 그는 결코 내어주는 만큼의 진심을 그대로 돌려줄 수 없는 자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한, 초탈한, 또는 괴이한]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바깥의 혼란하고도 세속적인 상황들에 무관심함을 숨기지 않는다. 정치, 권력, 이권 그러한 인세의 영역에 대해 무관심함을 넘어 꺼리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종교적인 가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선과 선행 등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한 사유로 그는 혼란한 시국 속에서도 큰 변화 없이 존재할 수 있었으나, 누군가는 그러한 태도에 기괴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결코 초연해선 안 될 일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은 오로지 신실함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정도였으니까. 그러한 달관과 무관심을 바탕으로 그는 더더욱 타인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단순히 흥미 삼아 그를 가십거리 삼거나 오해를 부러 불러일으킨다 해도 어떤 정정의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타성적 다정, 상투적 관찰, 관성적 선행]


인세에 미련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임에도 그는 여전히 주변의 이들에게 섬세한 관심을 두었으며, 도움을 건네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 행동하는 이유 또한 변함이 없다.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을 까닭은 없었으니까. 루치교의 교리에 따라 선행을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으며, 동시에 이미 몸에 익어 자연스레 행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고. 어떠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든, 그는 자신이 행하는 일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듯 그는 오래도록 이전과 거의 다름이 없었으나, 그를 가까이서 봐온 이들은 최근 들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한다. 생각에 잠겨 주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때가 있다거나,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언행이 보인다거나. 무엇이 달라졌는가,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지점들이었지만. 확실히 어떠한 심적 변화가 찾아오고 있음은 몇 년 동안이나 변함없던 땋은 머리를 갑자기 풀어버린 것으로 충분히 눈에 보였다.


이야기

1. 대공의회 그 이후


1) 1393년~1396년

대공의회가 와해된 이후 동부 신학교로 돌아간 클레멘은 당연하게도 사제의 길을 걸었다.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일은 없었으므로, 졸업 직후 곧바로 사제로 서품된 그는 ‘벨엄’의 교구에 소속되었다. 일반 사제가 연고지의 교구에 속하는 일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을 테니, 그 과정에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사제로서의 클레멘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미사를 집전하고 지역의 행정 업무를 보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었고, 평신도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거나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교구 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놀아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한 결과로 결코 떼어지지 않을 꼬리표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교구 내 평판이 좋은 사제였음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었다. 



2) 1397년

9월, 힐데브란트 백작의 후계자라 여겨지던 패트릭 힐데브란트가 실종된다. 공식적인 원인은 뮈제브헤라로의 이동 중 근처에 생긴 이변에 휘말린 것. 다만, 몇 년 전부터 탕아까진 아니었으나 결코 신실한 이라 할 수 없던 행보를 보이던 그가 실종 몇 달 전부터 성당에 방문하는 일이 잦았음을 누군가는 지적한다. 이를 안 백작이 클레멘이 무언가 알고 있다고 여겨 그를 추궁했지만, 유의미한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패트릭이 성당에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을 당시, 클레멘 답지 않게 벨엄에 머무르고 있던 제국의 상행에 관심을 보였다는 건 아주 소수만이 연관 짓는 이야기.]


힐데브란트 가에서 그 신변을 찾기 위해 노력을 다했으나 이변의 영향으로 차질이 많았던 탓에 명확한 수확은 얻을 수 없었다. 대내외로 혼란이 가득한 이때 한 사람의 실종 같은 것이 큰 사건으로 다가오기 힘들었으니, 이내 많은 이들의 머리에서 잊혀졌으리라.



3) 1398년

2월, 백작 시어도어 힐데브란트가 가문의 저택 내에서 작고했다. 사인은 계단에서 발을 헛딛은 것으로 보이는 실족사. 장남을 잃은 후 수심에 빠져 정신이 없어 보이더니 참으로 허망한 끝이었다고, 혹자는 평한다. 

그에 이어 누군가는 의문을 내민다. 아무리 밤이었다 하더라도 왜 저택 내 사용인 중 그 누구도 계단 아래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하고. 물론 그 당시 클레멘의 행적은 볼일이 있어 그를 만났었다는 고숙-알폰소-의 증언으로 증명되었으므로, 무용해진 의문이 되었지만.


[하지만 하필 그날 크게 앓은 마틸다의 병문안을 위해 그 저택에 클레멘이 방문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장례가 치러진 이후부터 혹은 이미 그 전부터 가문 내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장남이 사라진 것에 이어 급작스레 백작이 타계하였으니, 후계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것. 친자인 마틸다가 그 뒤를 잇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장 올바른 방법이겠으나, 그는 17살로 아직은 어린 나이인 데다가 타고나길 병약한 점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 다른 어떠한 우려가 마틸다의 뒤를 따른다. 밀빛 머리카락과 헤이즐넛 색의 눈. 백작 부인 말고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모습에 대한 의문이.]


시어도어가 그러하였듯 클레멘이 환속하여 대리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그쯤 클레멘은 오히려 테레사를 지지하는 의사를 암시했다. 확실한 거절의 의사였으므로, 이러한 행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추측한다. 그와 힐데브란트 사이에 오래 묵은 갈등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그리하여 지금은 일단 백작 부인과 본래도 백작의 업무를 자주 대리하곤 했던 알폰소가 마틸다의 대리로 영지를 관리하고 있으며, 아직 작위의 상속은 확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4) 1399년

5월, 교구의 허락하에 한 달가량 벨엄을 떠나는 일이 있었다. 아네트 사제가 지병으로 인해 낙원으로 향하였다는 소식이 그에게까지 닿아왔기 때문이다. 비록 5살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이이지만, 피가 이어진 생모의 애도는 직접 와서 해주지 않겠냐는 편지를 받고 그는 어머니가 소속되어있던 제국과의 접경지 중 하나인 페라라의 교구로 향했다. 


아무 문제 없이 장례에 참석한 이후 그는 자신 앞에 남겨진 유품인 머리장식과 편지만을 챙긴 채 귀환하였다. 



2.현재


1) 가족관계

생모까지 생을 마감한 이후 가까운 혈연이라고는 사촌인 마틸다만이 남았지만, 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은 자명했다. 마틸다는 클레멘을 점차 의심하였고, 그는 마틸다에게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으므로. 물론 그 분노는 일방적이었고, 클레멘은 이전과 다름없이 마틸다를 대한다. 병약한 동생에 대한 염려와 안쓰러움,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같은 것. 그러한 태도가 상황을 더욱 나빠지게 함을 본인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모를 일이다.



2) 평판

사제로서의 그의 평판은 좋은 편이었다. 특히 벨엄의 시민인 평신도들 사이에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성실한 사제 클레멘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교구 내에서 그의 도움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정치적이나 사교적인 면에서 그의 평판은 결코 좋지 않다. 본래도 가진 혈연의 꼬리표도 문제였지만, 몇 년 사이 클레멘의 주변에서 일어난 불운한 사건들의 원인으로 그를 가리키는 것은 제법 흥미로운 가십거리였으므로. 친자식처럼 거두어 길러준 백작의 장례에서 은혜도 모른 채 슬픔 한 조각 드러내지 않은 냉혈한이여. 이에 대해 떠드는 이 대부분은 진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그저 말 한마디 얹어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정도만이 목적일 테니. 클레멘은 그에 대해 단 한 마디의 해명도 없이 침묵한다. 



3) 대공의회

대공의회가 다시 소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능성이 작다 여겼던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조금 놀랐지만, 이내 어떠한 반발 없이 그에 응하였다. 그러한 이유야 당연하게도, 신께서 제게 안배하신 쓰임이 그곳에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라티움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분쟁, 차기 성황 문제를 필두로 성국 곳곳을 둘러싼 정치적 알력. 그런 것들에 대한 지긋지긋함을 미처 전부 숨기지 못하여 더욱 무관심으로 일관하였던 이였기에 다시금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 대공의회가 소집된다는 사실은 제법 기꺼운 일이었다. 그 끝이 또 저번과 같은 결말이 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또는, 저번과 달리 더 위험할지도 몰랐지만. 그러한 사유들이 재소집에 응하는 것을 망설여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4) 기타

호칭은 이름+직급(없다면 님). 여전히 모두에게 경칭을 사용한다.


이제 헤자즈어는 원어민 정도의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었고, 신두어도 거의 모르는 것이 없는 수준이다. 대공의회가 와해된 이후 그리 쓸 일은 없었지만, 관성적으로 계속 공부해 둔 탓에 실력만 늘었다. 


여전히 인기척이 적다. 전보다도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을 보아, 부러 소리를 죽이고 다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숨어서 몰래 장난을 도모하는 아이들을 검거하는 일엔 참으로 유용히 쓰였다.


취미는 여전하다. 작은 동물 모형을 깎아 선물로 주면 아이들이 꽤 좋아한단 명목으로. 최근 들어 가끔씩 그의 손 끝에 목탄 자국이 남아있다.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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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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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3 / 10
완력
0 / 10
방어
0 / 10
자애
0 / 10
각오
0 / 10
집중
0 / 10
신앙
5 / 10
근면
7 / 10
민첩
7 / 10
재주
5 / 10
인내
0 / 10
설계
0 / 10
화술
0 / 10
관찰
3 / 10
사교
16 / 999
도덕
100 / 999
0 / 999

INVENTORY


STORY

  • 바인 벨로

    "제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면, 모두 바인 경이 성실히 임한 덕분일 겁니다."

    대공의회 이후 성국 동부에 발생한 이변지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다 성기사단을 목표로 하는 바인에게서 체력 훈련에 관하여 조언을 부탁받는다. 단 한 순간도 기사의 길을 염두해본 적 없는 이가 그러한 조언을 할 자격이 있을지 몰라 한 번 고사했으나, 본래도 동생 같다 생각한 이가 재차 조르는데 거절할 만큼 단호한 성정은 못 되었다. 해줄 수 있는 조언이라곤 기초적인 단련을 기반으로 한 반복적 훈련법 정도 뿐이었지만. 그 이후로 만날 때마다 튼튼해지는 체격이나 나아진 체력을 보면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기사로서 자신을 갈고 닦는 이를 향한 존중의 표시로 바인 경이라 부르며 예우를 다하지만, 가끔은 대공의회 때의 몸을 쓰는 건 영 자신이 없어보였던 그를 겹쳐보며 친밀하게 대하곤 한다.
  • 엘레오노르 엑시오시

    "그간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니셨군요. 그래서, 그 곳에선 무엇을 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옛 인연. 95년 이후 알음알음 들려온 소식으론 갑자기 사라졌다 하여, 사부아에서 재회하게 되었을 땐 알고 있던 그 인연이 맞는가 잠시 고민하여야 했다. 사라졌던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기억 속의 모습과는 변한 점이 많았으니까. 물론 많은 변화와 함께 가득 채워온 경험담들은 참으로 생생하여, 그간의 여담을 듣다보면 가보지 못할 곳의 풍경도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무심코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나무에 새겨버릴 정도로.
  • 아녜스 쿼플라 세바체티

    "아녜스 님은 무척 열성적이고 신실한 분이시지요. 신자로서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 생각합니다."

    동부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교우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은 클레멘이었지만, 자주 얼굴을 맞대다 보면 자연스레 친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가장 얼굴을 자주 마주한 이가 누구인가. 그 답의 후보 중 하나로 아녜스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요령이라곤 모르는 그가 성실히 일과에 참여하다 보면 언제나 반드시 예배당의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였으니.

    감사하게도 아녜스 또한 그를 긍정적으로 여겨주며, 여러 방면으로 배려해 주었기에 클레멘은 아녜스를 은연 중에 같이 시간을 보내기 편안한 인물이라 여기게 되었다. 신의 뜻을 찬미하는 시간 속에서 세속의 풍문은 그리 중요치 않은 일이 되었으므로 둘의 교류에는 큰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젠 예배당에 들어서면 아녜스의 모습을 찾아 근처로 가는 것이 일종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


    [파빌로의 주민분들은 벨엄의 겨울이 신기하신 모양입니다. 옷감이 얇은데도 춥지 않아 이상하다 하시더군요.]

    대공의회 이후 같이 동부로 귀환한 아녜스와는 꾸준히 교류를 지속해 왔다. 그렇기에 94년 파빌로의 소식을 접하고, 콘스탄티노파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곳에 도착한다 하여 이미 모든 것이 재로 변한 끝에 클레멘이 줄 수 있는 도움이라곤 세바체티와 힐데브란트 사이에 다리를 놓아 파빌로의 주민 일부를 벨엄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뿐이었다. 그 이후 각자의 일이 바빠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드물었지만, 꾸준히 서신을 주고받았다. 주된 내용은 이주민들의 근황. 그 사이에 종종 성기사로서 바삐 오가는 이에 대한 염려가 끼어있었다. 7년의 세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나, 지금도 아녜스는 그에게 편안한 친우에 속한다. 이제는 눈꺼풀 아래 숨겨져 있던 두 눈이 마주하게 되었다 해도, 여전히 어떠한 일에 눈감아줄 줄 아는 이였으니까.
  • 니샨트 비크람

    "제 교수법이 미흡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성국어를 하지 못하여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니샨트에게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카엘룸어를 알려주게 되었다. 다만, 본인이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일인지라 진도를 나가는 것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당장에 급했던 회화는 금방 뗄 수 있었지만, 읽고 쓰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번번이 벽에 막히고 있다.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자료를 구하는 과정도 충분한 연구가 필요한 일임을 새삼 깨달은 그는, 니샨트에게 더 나은 선생이 되어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썩 훌륭치 못한 선생인 본인을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주는 니샨트가 고마울 따름이기도 하다.


    [본래 하시려 마음먹었던 계획은 그만두기로 하셨습니까?]

    대공의회 이후 신학교를 통해 전해진 니샨트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궁정학교로 보냈다. 카엘룸어로 여전히 서툴게 적힌 편지가 도착하면, 헤자즈어로 답을 적어 보내는 행동은 몇 번이고 반복되어 제법 오래 이어졌다. 사막으로 향하겠다던 이가 제국의 중심에 있는 듯한 내용을 보내오기 시작할 때 어떠한 의문을 느꼈지만, 의문이 언제나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국과 제국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져가듯 97년도 이후 서신이 끊겼다. 그 이후로 소식을 알 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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