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렬〉
걸친 의복을 찢는다나이도 키도 현재의 반 정도 되던 시절, 다혈질인데다 당시 또래보다 작았던 타릭은 소년들이 놀려먹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하여 결국 어머니와 세상을 떠난 아버지까지 들먹이기까지 하자, 그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게 되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헐렁하게 착용한 의복은 그 순간의 질풍노도 소년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었다. ‘나 화났다’를 표현하기 위하여 걸친 상의를 양손으로 잡고 가슴팍에서 찢어내는 순간 충격파에 휩싸이며 찢은 옷이 터져나가 조각이 되어 흩날렸다. 그날 제국에는 때아닌 눈―흰 의복 조각―이 내렸다.
덥수룩한 검은 고수머리가 목덜미를 덮을 정도로 내려와 있다. 굵은 눈썹과 속눈썹, 진한 쌍커풀과 큰 코 탓에 인상이 무척 강하다. 양쪽 귀에 서너 개씩 금색, 무색 피어싱을 달고 있지만 칙칙한 낯빛, 무덤덤한 표정 때문인지 화려함보다는 수수함에 가깝다. 아직 청소년기지만 작지 않은 키, 눈에 띄게 탄탄한 육체로 체구가 커 보여 인상을 쓰고 있으면 다소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제국의 무장 위에 징조를 위한 찢기용 망토, 머플러 등 천쪼가리를 걸치고 다닌다. 금방 찢어먹기 때문에 이러한 망토를 각기 다른 종류로 여러 개 구비해뒀고, 옷값이 너무 많이 들어 찢어진 것은 꿰매어 다시 쓰기 때문에 누덕누덕 기운 자국이 여기저기 보인다. 입고 있는 옷은 가능하면 찢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걸친 것에 비해 깔끔하다. 활동하기 편하게 무장에 길게 트임을 넣었고 아래 입은 헐렁한 바지는 무릎에서 동여매어 사막에서 신는 부츠와 같은 형태의 신을 신었다.
억양이 강한 말투를 사용하며 변성기가 끝나갈 무렵인지 그 목소리는 몹시 낮고 거칠며 항상 쉰 듯 쇳소리를 머금었다.
빙판 아래 파도/시한폭탄/퉁명스러운
언뜻 보면 조용하고 잔잔해 보이지만, 빙판 아래 거칠게 휘몰아치는 파도와 같이 결코 그 성정은 온화하지 않다. 감정을 수면 위로 잘 꺼내보이지 않지만, 남들과 똑같이 기쁘고, 슬프고, 남들보다 더 많이 화가 난다. 자각 없이 감정의 해소를 둑처럼 틀어막고 있으며 감정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금이 간 둑이 터지는 것처럼 한번에 쏟아낸다.
빙판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세차게 흐르는 물살 표면이 간신히 얼어붙은 모양새는 울퉁불퉁 못생겼고 가끔 누군가의 발을 찌르기도 한다.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회성을 다 쓰기라도 한 모양인지 그저 꾸밈 없이 솔직하게 내뱉는 말들은 마냥 듣기 좋지는 않다. 과묵하나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다.
단단한/백절불요
꺾일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 꽉 막혔다,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는 철이 든 이래 계속해서 들어왔다. 납득하기 전까지는 결코 뜻을 굽히지 않으며, 타협과 관철이라는 갈림길에서 늘 관철하는 쪽을 향했다. 이는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밑받침되고 한번 결정을 내리고 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파적 성향도 한몫했다.
과정 중시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 결과까지 향하는 여정이 신념에 어긋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자신에게 통용되는 완벽주의와 결을 같이한다. 다만 그 신념이라는 것이 꽤 제멋대로라, 훈련 성적이 엉망인 것은 괜찮아도 훈련을 빼먹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등 남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취미 : 망토 얼굴에 덮고 낮잠 자기, 거울 보고 근육 성장 확인하기
특기 : 운동 등 전반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일
좋아하는 것 : ‘맛있는’ 음식
싫어하는 것 : 귀찮게 하는 것들
성장 배경-부모님은 양쪽 모두 퍽 부유한 상인이었다. 어린 타릭은 그들의 외동아들로 부족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타릭이 7세가 되던 해, 아버지가 무역 현장에 나갔다가 실종되고 말았다. 모두가 돌아가신 것으로 생각했고, 어머니는 상심에 빠져 일을 그만두었다. 다행히 아버지의 실종과 함께 잃어버린 물자들의 손해를 메꾸고도 두 사람이 평생 먹고살 만큼 돈은 충분히 있었다. 어머니는 기도 끝에 슬픔을 딛고 일어섰고 홀로 굳건히 버티며 타릭을 키워내었다.
성정-원체 다혈질이고 어렸을 때는 너무도 쉽게 화를 벌컥 내곤 해서 전형적인 알-파티하 사람이었던 어머니는 걱정이 많았다. 성정대로 화를 냈다가 어머니가 피해를 보고, 또 그보다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든 것이 벌써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가 숨죽여 우는 모습을 보고 난 이후로 감정조절을 훈련하기로 결심했고 궁정학교에서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전처럼 자주, 쉽게 화내지 않게끔 분노의 임계점을 높였으나 자연스레 자각도 없이 다른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평판 및 행실-대공의회 선발 전
어머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예니센 훈련을 받았다. 철이 일찍 든 탓에 다른 철없는 훈련생들을 다소 한심하게 본 것도 동기부여에 한몫했다. 저렇게 보이고 싶지 않다나. 어린 시절부터 특히 체술, 체력 단련에 두각을 보였고 암기 과목보다는 이해력이나 사고가 필요한 과목에 더 뛰어났다. 사교성은 성적과 반비례해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을까.
대공의회 선발 후-합동 훈련
체술 단련의 경우 단연 가장 높은 성적을 받지만 나머지 과목, 특히 이론 과목의 경우 간신히 과락을 면하는 수준이다. 선발 전까지만 해도 퍽 우수한 훈련생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 공부머리가 크게 나쁘다기보다는 의욕이 크지 않다. 왜 공부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각자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다’ 따위의 말로 회피하는 것으로 보아 본인 성적의 자리는 다른 훈련생들의 아래에 깔아주는 곳이라고 여기는 모양. 대공의회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에 따라 평판은 바닥을 친다. 징계를 받을 정도로 막나가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제국인답지 않은 딱딱하고 숨막히는 분위기 또한 사람들이 그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 현재는 성적과 사교성이 비례하고 있다. 여전히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1. 이변이 신벌이라 믿기 때문에 인간이 신들에게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속죄할 방도가 나오지 않은 이상 테레사의 성향에 따른 공격적인 정책은 도박이라 여긴다.
2. 본디 인간이란 고난 속에 믿고 의지할 곳을 찾는 법. 이변이라는 재해가 권력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라데군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나, 파디샤의 신뢰를 받는 만큼 그런 부분에서는 내키지 않으나 신뢰를 보내고 있다.
3. 현재 성황 자리에 어울리는 지도자는 이변이라는 이름의 신벌을 슬기롭게 견뎌내고 수습해줄 사람이라고 본다.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나이도 추기경으로서의 경험도 더 많은 라데군다라고 생각한다.
4. 예니센 예비 대원인 현재로서는 주군 파디샤의 선호를 판단 기준에 어느 정도 반영했다. 쿠데타를 통해 즉위했기 때문에 군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이기 때문.
울타리 안을 완벽히 지키는 라데군다를 지지하며, 정치 상황에 따라 그 울타리를 넓혀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게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폭렬〉
걸친 의복을 찢는다나이도 키도 현재의 반 정도 되던 시절, 다혈질인데다 당시 또래보다 작았던 타릭은 소년들이 놀려먹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하여 결국 어머니와 세상을 떠난 아버지까지 들먹이기까지 하자, 그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게 되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헐렁하게 착용한 의복은 그 순간의 질풍노도 소년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었다. ‘나 화났다’를 표현하기 위하여 걸친 상의를 양손으로 잡고 가슴팍에서 찢어내는 순간 충격파에 휩싸이며 찢은 옷이 터져나가 조각이 되어 흩날렸다. 그날 제국에는 때아닌 눈―흰 의복 조각―이 내렸다.
눈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고수머리를 아무렇게나 넘겼다. 단단한 이마와와 턱, 높은 코에서는 고집을 꺾지 않고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검고 숱 많은 눈썹과 머리카락은 진한 인상에 한몫한다. 마찬가지로 숱 많은 속눈썹은 몇 가닥이 눈과 같은 황색이다. 키가 크고 오랜 수련으로 다져진 육체는 고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변성기가 끝난 목소리는 더 이상 긁는 듯한 쇳소리 없이 부드럽고 울림이 있으며 굉장히 낮다.
걸치고 있는 옷은 매번 찢어먹고 대체하고 있어 항상 새것이다. 상부로부터 제발 찢을 용도의 옷을 더 걸치라는 주의를 몇 번이고 들었으나 이젠 걸칠 것이이 너무 많아져서 불편하다며 무시 중이다. 가뜩이나 덩치도 커서 맞는 사이즈 옷 제작하기 힘들다며 원성을 사고 있다.
곧은 의지와 고집의 소유자.
꺾일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 타협과 관철의 갈림길이라면 여전히 관철을 택한다. 그러나 그 길을 향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거품 문 말마냥 치고 돌격하던 옛날과 달리 나이를 먹으며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돌아가는 길도 고르는 연륜을 가지게 되었다.
이성적으로 내리는 빠른 판단 하에 곧장 행동한다. 보다 여유가 생겨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도 종종 하곤 한다. 예니센으로서 파견된 각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을 지켜보며 세상을 확장시켰다. 다양한 정보들을 듣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곳에서 발산하던 감정들을 완벽히 갈무리하여, 속내를 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정은 아직 남아있는 탓에 속내를 숨긴 채로 그리 행동하니 가까운 동료마저도 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악에게 분노하고 악인을 처단하는 그의 성향은 정말 선을 지향하기 때문인지, 악을 처단함으로써 어딘가의 화풀이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절대 타인에게 다정하지 않은 성격 탓이리라.
취미 : 요리, 체력단련, 대련, 산책
특기 : 몸을 움직이는 일, 보급대 화나게 만들기, 상부 열받게 만들기
좋아하는 것 : 단백질이 든 음식
싫어하는 것 : 구역질나는 사악함
현재의 성격이 다듬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본인도 주변인도 모조리 많은 고생을 겪었다. 당장 궁정학교 졸업만 해도 많은 문제를 일으켜 졸업 못할 위기에 있었고, ㅡ낙제한 과목도 많았다ㅡ 대공의회에 참여하여 제국에 기여하였음을 동료들이 주장해줘 간신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니센이 된 이후에도 불같은 성정 탓에 문제를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상부에 여러 번 밉보여 여전히 승진하지 못한 채로 남았다. 조금씩 성정은 깎여나가고 본인도 노력한 끝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가족-타릭이 어린 시절 미친 원숭이처럼 날뛰어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던 어머니가 1년 전 돌아가셨다. 아직 이별에 익숙하지 않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 그리 많은 교류가 없었던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함께 아버지라는 상실을 극복해냈고, 걱정을 끼치기 싫어 좋은 사람이 되겠다 마음먹고 궁정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임종 전날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평판 및 행실-’사람 되었다’ 라는 것이 공통적인 평판. 예니센이 되고 처음 2~3년간 고삐 풀린 미친 말처럼 날뛰었고 불명예 제대 직전까지 갔던 적도 몇 번 있었다. 동료들의 만류와 탄원 덕에 점차 철이 들었다. 이제는 그가 임무를 수행할 때 습관적인 걱정을 품는 이는 아직 있으되 불안에 떠는 이들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