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착용하고 있는 반지를 돌린다. 반지의 형태와 재질은 무관하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하는 붉은 머리칼은 반 움큼만 집어 묶어 두었다. 길지 않은 길이에서도 비싼 향유를 듬뿍 머금은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그늘 하나 없이 밝은 얼굴은 늘 웃음을 띠고 있어, 제대로 뜬 눈동자를 보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올라간 입꼬리가 얄미움을 더한다. 늘 이런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만들어낸 것인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몸에 휘감고 다니는 값비싼 옷은 품이 넉넉하여 실루엣이 도드라지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얼핏 스쳐보면 꽤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드러나는 피부나 손은 궂은일 한번 해본 적 없는 듯, 매끄럽기만 하다.
장인의 손을 거친 듯한 호사스러운 자수와 화려한 장신구들은 하나하나가 명마 몇 필의 가격과 비견될 정도다. 허리의 검집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나 이쪽은 나름대로 실용을 염두에 둔 형태다. 지금은 빼둔 검의 날이 갈려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단단한 것들이 찰그랑대며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데, 옷 위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아 보인다.
흥미 본위 / 기회주의 / 속물적
돈도 써본 놈이 안다고,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은 그것이 ‘돈이 되는가’이며 변수 덩어리 그 자체인 인간은 잘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는 충분한 대가와 계약서로만 쌓을 수 있다고 믿는다. 반대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행위라도 수행한다.
사치스러운 / 깔끔한 / 유난 떠는
부유하고 권력 있는 가정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 한번 입었던 옷은 다시 입지 않는다거나, 보드라운 깃털로 푹신하게 채워진 자리가 아니라면 잠들지 못한다던가, 그늘 밖으로 나갈 일이 있다면 누군가 반드시 양산을 들어준다거나, 100보 이상의 이동이라면 반드시 말이나 마차를 부른다거나 따위의 소문이 무성하다.
그 와중에 두른 것들은 끔찍하게도 아껴 맨바닥에는 절대 앉지 않으며, 그나마의 자리도 푹신하지 않으면 온몸으로 불평불만을 표하곤 한다.
쾌활한 / 격식 없는 / 의뭉스러운
이래저래 까탈스러운 것 치곤 사람을 대할 땐 크게 차별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이에게 허물없이 다가가 쉽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듣는 척 연신 맞장구만 쳐 줄 뿐, 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렇게 들은 이야기 중 대부분은 돌아서는 순간 잊는다. 모든 대화가 감정적 교류보다는 일방적 정보 수집에 가깝다.
1. 슈베츠 가문
카히트 이븐 하디 알 슈베츠
: 독실한 믿음아래 대대로 군을 배출한 슈베츠 가문의 일원 답게 페레슈테흐의 조부또한 군인이었다.
: 전대 파디샤의 네번째 배우자의 호위였으며 입이 무겁고 근면성실하여 평가가 좋았다.
: 자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전부 궁정학교로 보냈다.
나임 이븐 카히트 알 슈베츠
: 페레슈테흐의 부친이자 카히트의 장남으로 당연하게 궁정학교를 졸업하여 군인이 되었다.
: 슬하에는 자식을 셋 두었다.
: 신력은 없었으나 병장기를 가리지 않는 천재적인 무술로 두각을 보여, 궁정학교 졸업이후 바예지데의 궁정 호위가 되었다.
: 냉정하고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 성격이며 셈이 빨랐다. 바예지데가 쿠데타를 준비할 때 즉각 동조하여 수족을 자처했고 일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과정에서 오른팔을 잃었다.
: 군에서는 물러났으나 공을 인정받아 바예지데가 즉위 한 후, 궁 소속의 무역상단을 총괄하는 직위를 받았다. 현재는 그 권한을 사용하여 집안의 부를 막대하게 불렸으며 앞으로도 불려나갈 것이다.
: 대공의회에 자진해서 자식을 보내는 것으로 바예지데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으며 장남의 학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차남인 페레슈테흐를 택했다. 페레슈테흐의 성행이 매우 파괴적이었기에 주변도 납득했다.
마자르 이븐 나임 알 슈베츠
: 페레슈테흐의 형이며 반듯한 성격, 출중한 무예, 신력까지 그려낸듯한 이상적인 장남으로 나임의 총애를 받고 있다. 현재 수도에서 엘리트 군인 코스를 밟고 있다.
2. 성장 환경
: 집안은 수도의 호화로운 대저택과 각지의 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문을 지나면 보이는 정원과 곳곳의 중정에서는 사치스러운 분수가 상시 시원한 물을 뿜어내며, 사막에서 보기 힘든 풀꽃들로 꾸며져 있다. 저택 내부에는 언제 어디서든 종소리에 달려오는 수십명의 사용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별장은 승마, 휴양 등 다양한 목적으로 곳곳에 사두었으며, 사용하지 않아도 늘 사용인을 두어 관리하고 있다.
: 나임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품위를 갖추는 것에도 집착했다. 자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양을 갖추도록 엄격히 교육하는 반면 옷, 신발, 장신구 등 직접 사용하는 것들에는 사치를 부리는 것도 허용했다.
3. 페레슈테흐
: 나임의 차남으로 군보다는 무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대로 군부였던 슈페츠의 이름을 달고 궁정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다면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나임의 강경한 방침에 억지로 궁정학교에 진학했다. 관심없는 것엔 영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에 몇몇 이론 과목은 간신히 낙제를 면하는 수준이다.
: 값비싼 장신구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 맵고 짜고 향이 강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 부친의 일방적인 명령으로 대공의회에 선발되었으나 본인은 딱히 불만이 없다. 오히려 무역을 위해 공부해 둔 외국어를 써볼 수 있는 기회이자, 미래의 거래처를 얻어 둘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 타인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가 가진 능력이나 배경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냐, 안되냐 여부만을 따진다.
: 열 살이 되기 전까진 슈슈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모친과 형은 아직도 종종 애칭으로 부른다. 페레슈테흐는 그때마다 낯뜨겁다고 질색한다.
: 거짓말을 밥먹듯이 잘 하며 딱히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회전〉
착용하고 있는 반지를 돌린다. 반지의 형태와 재질은 무관하다.구불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은 뒷머리만 길러 명치 어림까지 늘어뜨렸다. 관리도 예전만큼 하지 않는지 이전에 만져본 적 있는 이라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칠어져 있으나, 기본 질감이 썩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평소에는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겨두며, 페레슈테흐라면 쓰지 않을 싸구려 향유 냄새에 술 냄새, 물담배 냄새 따위가 종종 배어 있곤 했다.
얼굴엔 늘 뻔뻔한 웃음을 띠고 있으나, 흥미를 느끼면 푸른빛이 도는 회색 눈동자를 반짝이곤 했다.
상의는 소매를 잘라냈고, 손등에서 상완까지 덮는 긴 토시를 착용했다. 겉옷은 허리높이에서 잘라 짧은 조끼로 만들었으며 망토는 거추장스러워서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필요하면 부대원의 것을 당당하게 강탈하곤 했다. 화려하게 두르고 다니던 장신구 또한 성행 사용에 필수인 반지를 제외하고 모두 뺐으며, 귀에는 구멍이 뚫린 자국만 남아있다. 단검은 허리 왼쪽에 차고 있다.
흥미 본위 / 효율 추구
흥미로운 것을 찾아내고, 판로를 확보해 재산을 불리는 것에 관심이 많았으나 현재는 없어졌다.
여전히 타인을 높게 판단하는 기준은 ‘능력’과 ‘배경’이나,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배제한다. 불확실한 이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이를 찾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극 추구 / 충동적 / 무모한
새로운 것, 경험해 본 적 없는 것, 흥분되는 것 등 자신을 자극하는 요소라면 고민 없이 몸을 내던진다.
이는 그 어떤 일이든 수습할 수 있는 능력과 배경이 있다는 오만과,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무시가 엉켜있다. 주로 전투 중에 이런 모습을 보이며 대상이 이변이건, 인간이건 임무 대상으로 규정되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다. 파괴의 순간엔 즐겁다는 듯 웃기까지 한다.
그 순간 유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빠르고 효율적으로 파괴할 수 있을까, 정도뿐.
쾌활한 / 의뭉스러운 / 안과 밖이 명확한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다. 반응이 큰 이를 놀려먹는 악취미 또한 건재한데, 10대엔 그 과정에서 되려 본인의 ‘안’을 노출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철저히 ‘밖’의 영역에서 놀이를 끝낸다.
비명과 함께 떼를 쓰며 유치한 모습을 보이거나, 숨 쉬듯 거짓말을 하거나, 허풍을 떨고, 자기 생각은 꺼내지 않으려 하는 등 여전히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는 여전하다.
1. 나임 이븐 카히트 알 슈베츠 (52세)
: 신력은 없었으나 병장기를 가리지 않는 천재적인 무술로 두각을 보여, 궁정학교 졸업 이후 바예지데의 궁정 호위가 되었다.
: 냉정하고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 성격이며 셈이 빨랐다. 바예지데가 쿠데타를 준비할 때 즉각 동조하여 수족을 자처했고 일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과정에서 오른팔을 잃었다.
: 공을 인정받아 바예지데가 즉위한 후, 궁 소속 무역 상단을 총괄하는 직위를 받아 재산을 막대하게 불렸다.
: 현재 군에서는 물러났으나 나임 개인의 업적과 함께, 대대로 군인 가문이었던 슈베츠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공고하다.
2. 마자르 이븐 나임 알 슈베츠 (32세)
: 페레슈테흐의 형이며 반듯한 성격, 출중한 무예, 다방면으로 능숙한 신력 사용까지 그려낸 듯한 이상적인 장남으로 나임의 총애를 받고 있다.
: 사적으로는 다정다감하나 임무 수행에 있어서는 냉혹한 판단을 보인다. 190cm가 넘는 근육질의 거구로 전성기 나임 이상의 무위를 보여주는 탓에 이리저리 눈에 띄는 듯하다.
: 현재 메지디 제1제아마트에서 총지휘관의 부관으로 임하고 있으며, 차기 총지휘관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3. 페레슈테흐 이븐 나임 알 슈베츠
제1베이릭
: 1393년, 페레슈테흐는 졸업 직후 마자르가 지휘관으로 있는 제1베이릭에 배치되었다.
: 1396년, 마자르가 총지휘관의 부관으로 임명되며 공석이 된 자리를 페레슈테흐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차지한다. 이는 두 자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롯이 나임의 의지가 관철된 결과로, 마자르와 달리 한참 평가가 떨어졌던 페레슈테흐는 자격 증명을 거칠게 요구받았다.
: 페레슈테흐는 자신에게 부정적인 부대를 장악하기 위해 궁정학교 재학시절이나 대공의회에서 눈여겨봤던 이들을 부대원으로 끌어오기를 시도했다. 이는 드문 신의를 기반으로 제안한 이도 있었으며, 모종의 거래를 기반으로 제안한 이도 있었고,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제안한 이도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임무에 투입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실력만 갖췄다면 신분, 배경, 경력 등을 따지지 않는 파격적인 기용이었으므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으나 나임의 비호 아래, 부름에 응한 자들은 모두 부대 변경이 승인되었다.
: 이후로 이변, 독립 전쟁 진압, 국지전 지원 등 나갈 수 있는 임무는 모조리 응했으며, 페레슈테흐의 경악스러운 전투 방식과 실적으로 구설수는 곧 잦아들었다. 이 과정에서 버티지 못하고 부대를 옮긴 이들도 많았다.
: 나임이 페레슈테흐를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편성한 평민 출신 예니센이 있다. 왜소한 체격에 유약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이름은 데미르(21세). 치유 성행에 능하며 부관 업무부터 사소한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한다.
성행
: 남들보다 무식하리만치 양이 많은 신력을 기반으로 매우 파괴적인 성행을 구사한다. 세찬 폭포의 물길을 바꾸는 것은 어렵듯, 정교함과 섬세함이 필요한 치료, 보조 분야는 딱하게도 전멸이다.
: 어린 시절 우연히 사용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을뻔한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전송 성행을, 정식 예니센이 된 이후로부터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때처럼 장거리 이동은 거의 시도하지 않고 도착 지점이 눈으로 보이는 단거리 전송에만 사용하고 있다. 장거리 전송의 경우 지도상 가고 싶은 위치가 점이라면 그 위에 주먹을 댄 정도의 범위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느낌으로 오차가 크기 때문에 큰 효용은 없다.
: 단거리 전송 성행을 사용하여 적의 지근거리까지 직접 들어간 후 코앞에서 공격 성행을 쓴 후 다시 빠져나오는 식의 위험천만한 전투 방식을 고수한다. 때론 상황에 적합한 부대원을 붙들고 강제로 옮기기도 한다. 덕분에 입히는 피해는 월등하나, 즉흥적으로 실행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기 어려워 그만큼 본인 부상도 잦다.
: 라데타 이븐 나디르 알 비르지마가 부대에 함께한 기간엔 부상이 많이 줄었음은 물론, 전투의 안정성이 대폭 올라갔다. 다만 혼나서 표정이 구겨져 있을 때도 많다.
기타
: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타인이 개인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
: 전투가 끝나면 홀로 자신의 거처에서 술과 물담배를 즐기는 일이 잦다. 짐에는 늘 은밀하게 술병이 들어있으며 이를 반입하기 위해 데미르가 늘 곤혹을 치르는 모양이다.
: 사치스러운 도련님답게, 큰 임무를 마치고 메지디로 돌아오면 호화스러운 술자리를 사비로 제공했다.
: 일단 제 소유의 사람이라고 인식하면 지원은 후한 편으로, 충성스러운 부대원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치적인 측면에서 슈베츠의 힘을 써주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단, 배신의 경우 그 이상의 보복을 가하는 등 계산은 명확하다.
: 7년 전보다 체력이 조금 더 늘었다. 그래도 근력은 크게 변화 없어, 몸보단 성행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 오랜 시간 물리적으로 가까이 지낸 사람에게는 무의식중에 물러지는 면이 있다.
: 대화 중, 자신이 조금만 불리해지면 단거리 전송 성행으로 도망가는 버릇이 있다.
: 기이하리만치, 온몸에 작은 흉터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