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춤출래?"
니샨트 비크람
Nishant Vikram
알-파티하 제국
156cm  , 62kg  ,  17y

✦징조

〈발구름〉

발뒤꿈치를 부딪히고 바닥을 한번 찬다.
모든 춤은 발구름에서 시작한다. 심시작이 시작하던 날, 그날의 첫 예배에서 언제나와 같이 오늘도 늘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니샨트가 제 형제자매들과 신에게 바치는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에 첫 이변이 일었다. 그의 발구름에서 시작된 빛무리가 꼭 바람에 휘날리는 불티처럼 사위를 메운 것이다.
전신

인상착의

사막의 바람에 쓸려 올라가는 옅은 모래, 창공을 나는 매가 떨어뜨린 깃털,

죽은 벌레의 오색찬란한 얇은 날개, 오아시스의 수증기,

그리고 새벽의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 이것들을 모아 사람으로 빚어내 그것을 니샨트라 부르자.


햇볕에 정수리 부분이 갈색으로 바랜 검은 머리에 폭이 넓은 치마, 또래에 비해 유독 동그란 뺨을 한 맨발 차림의 어린애. 이것이 니샨트를 설명한다. 양 갈래로 길게 땋은 곱슬머리, 도톰한 선을 그리는 갈색 피부나 색이 옅고 어두운 보랏빛 눈동자, 수를 잔뜩 놓은 치마는 무거워 보이기 십상이나 지나치게 가벼운 몸놀림 탓에 기묘한 인상을 준다. 끝이 쳐진 두꺼운 눈썹 사이엔 흰 진주를 붙였고 그 아래 눈 밑 살이 유독 도톰한 눈은 늘 둥글게 휘어져 있다. 작은 코와 큰 입, 뺨이 둥근 낯은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이며 웃지 않는 얼굴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표정은 풍부한 편이다. 살짝 살이 붙은 몸은 근육이나 단단함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색색의 구슬을 엮어 만든 팔찌와 목걸이를 늘어뜨리고 허리에 돌락Dholak을 맨 차림새는 영락없는 사막 유목민들의 것. 차림은 알-파티하의 것에 가깝지만 아주 같지는 않은데, 이것은 그가 속한 부족이 오래된 문화와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탓이다. 발목에 찬 궁그루Ghungroo 때문에 걷거나 춤을 출 때마다 방울소리가 울리는데, 긴 치마 탓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치 움직이는 것만으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지리라.


품행

날볕의 가장 따뜻한 부분, 어둠의 가장 안온한 부분,

하늘에 무리짓는 백로같은 순수함, 상처난 몰약나무가 만들어내는 위대함,

그것을 모아 태양을 향해 자라게 하자. 어떤 흔들림도 이 삶엔 없으리라.



긍정적이고/생기 넘치는/그러나 객관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호인. 그를 아는 이들은 그렇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다정하며 기본적으로 활발하고 씩씩하다. 만사를 긍정적으로 볼 줄 아는 힘이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곤 한다. 그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말은 듣다 보면 상당히 나이브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긍정적으로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현실을 마냥 순진하게만 본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현실의 모든 현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면에서 마주하려 애쓰면서도 가장 추악한 것에서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나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온전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믿는다. 

천성적으로 분위기를 잘 띄우지만, 촐랑거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가만히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늘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남의 일에 참견한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고 물어 답을 얻어야 하며 때로는 그 정도가 지나쳐 눈치가 없는 것처럼도 보인다. 얌전할 때라고는 체력이 떨어져 졸릴 때뿐.



얕고 넓은/울타리 안의 애정/헌신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주변인들에게 크게 의지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가 아주 마음을 내어주는 것은 같은 부족의 사람들 뿐이므로, 그 외의 사람이라면 상대가 누구든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은 이런 성정과도 연관이 있다. 어린시절 계속 떠돌며 살아온 탓인지 그는 몇몇의 깊은 관계보다는 넓고 얕은 관계가 저를 온전히 한다 믿는다. 그 가벼운 애정들을 제 안에 깊숙히 저장하고 어느 순간에나 꺼내 들여다 보며 그것을 소중히 가꾼다. 그러니 당신이 그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을 건네주었다면, 그는 어떤 순간에서도 당신이 내민 손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주관이 뚜렷한/갈등을 원치 않는/책임감

언뜻 가벼워보이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주관이 강해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면모가 늘 삐죽 돋아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런 주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때로 다수의 주장에 지나치게 쉽게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그저 갈등을 원치 않는 탓이다. 

다만 작은 유목집단에서 자란 덕에 이런 ‘다수결에 복종하는 자세’가 가지고 오는 어떤 비극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갈등을 회피하고, 화합을 우선하였다는 것이 면죄부가 되지 않음 또한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다수와 다른 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 택한 비극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사막에서는 개인이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집단은 몰락하므로.

이야기

 - 사막에서 태어나 그 위를 걷는 유목민의 손에 자랐다. 

비크람이라는 부족에서 태어났다. 개별의 성은 없이 부족의 이름을 성으로 쓴다. 피를 이은 혈육은 형제자매 셋. 부모도 건재하다. 비크람은 다른 사막의 유목민들과 마찬가지로 사막을 떠돌며 알-파티하 내부의 중계무역에 일손을 돕고 있다. 이들은 다른 부족들만큼 오래되었고, 다른 부족들만큼 부유하며, 다른 부족들만큼 신실하며 현명하다. 또한 자신들의 부유함을 지킬 수 있을만큼 성정이 맹렬하고, 어떤 전투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자들이나 사막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든 나흘간 그들을 보호하는 풍습이 있기도 하다. 관습적으로 모든 성인은 짧은 단검을 하나씩 선물받는데 이것은 전투보다는 실생활에 사용하는 용도로 날이 굽고 손잡이와 칼집이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모든 부족민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드와 레밥을 연주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옛날 이야기 따위를 노래에 섞어 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오래된 서사시. 뱀과 모래가 나오는 이야기. 


 - 개인의 소유물에 무감하다.

유목민은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것이 뚜렷하지 않으며, 가진 것도 쉬이 잃어버리게 되어 개인물품이나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유아기를 보낸 탓인지 니샨트는 그들에 대한 많은 것을 잊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삶의 일부를 여전히 성정의 일부분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궁그루와 돌락 뿐으로, 다른 것은 다른 이들에게 쉬이 양보하고 선물한다


 - 부족의 많은 자취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춤으로, 그는 맨발로 불길 주변을 돌고, 궁그루를 찰랑이고, 돌락을 두드린다. 

그의 징조만큼이나 몸짓은 그의 심상을 명확히 대변한다. 때로는 그의 말과 표정보다도, 손짓이 더 확실한 답을 내어줄 정도로.

춤과 음악을 가까이하며 산 만큼 노래도 잘 부르는 편이다. 다만 춤과 음악, 노래에 관해서만은 고집스럽게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의 것만을 부르고 싶어하나 그마저도 예니센이 되어 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점점 잊어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자장가 몇 가지를 부족의 방언으로 또렷하게 부를 수 있다.


 - 이런 것까지 먹을 수 있어? 하고 생각될 정도로 식성이 좋다. 

어린아이란 것이 흔히 그렇지만, 생물의 본질적인 욕구에 아주 충실한 생활을 하며 그런 자신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 


 - 요리실력은 그저 그런데, 손재주가 좋아 직물을 짜거나 자수를 놓는 것엔 제법 재능을 보인다. 숫자셈에도 능한 편이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젠 됐어."
자이나딘 니샨트 알 하람
Zayn ad-Din Nishant Al-Haram
알-파티하 제국  ✶ 182cm  ✶ 72kg  ✶  24y
Teresa

“저들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계속 나아와 직접적으로 파디샤의 앞마당을 건드린다면 그때는 이 지긋지긋한 메지디를 떠나 다른 곳으로 배치될 수도 있겠지. 그곳이 설령 전장일지라도 상관없어. 이제 내가 바라는 건 그냥 그것 뿐이야.”


전신

징조

〈발구름〉

발뒤꿈치를 부딪히고 바닥을 한번 찬다.
모든 춤은 발구름에서 시작한다. 심시작이 시작하던 날, 그날의 첫 예배에서 언제나와 같이 오늘도 늘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니샨트가 제 형제자매들과 신에게 바치는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에 첫 이변이 일었다. 그의 발구름에서 시작된 빛무리가 꼭 바람에 휘날리는 불티처럼 사위를 메운 것이다.

인상착의

사막의 바람에 쓸려 올라가는 옅은 모래, 창공을 나는 매가 떨어뜨린 깃털,

죽은 벌레의 오색찬란한 얇은 날개, 오아시스의 수증기,

그리고 새벽의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 이것들을 모아 사람으로 빚어내 그것을 니샨트라 부르자.



새카만 머리카락에 깊게 뒤집어 쓴 베일, 차갑고 핏기없는 입술과 나직하고 힘없는 목소리. 이것이 자이나딘 알 하람을 설명한다. 길게 물결치는 곱슬머리는 무겁게 하나로 땋아 늘어뜨리고, 흉 하나 없는 갈색 피부나 색이 옅고 어두운 보랏빛 눈동자, 머리에 뒤집어쓴 무거운 재질의 베일이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듯 하다. 끝이 쳐진 두꺼운 눈썹 사이엔 흰 진주를 붙였고 그 아래 눈 밑 살이 유독 도톰한 눈은 빛이 들지 않는 양 내리깔고 있을 때가 많다. 여전히 또래에 비해서는 어리고 부드러운 낯이지만 그 얼굴이 웃는 일은 이제 드물며,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다. 길쭉한 몸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근육이 붙었으며 부드러운 곡선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차림은 깔끔한 예니센 제복. 근무 외의 순간에도 색이 옅은 밖의 옷을 주로 걸치며, 악세사리는 베일 아래 이마에 드리운 자수정 망 틱카 뿐으로 어디서도 나고 자란 부족의 오래된 문화와 생활방식을 엿 볼 수 있는 물건은 없다. 발목에 차고 있던 궁그루는 이제 없어지고 방울소리도 사라졌으나, 다만 징조를 행할 때에 부츠 굽 부딪히는 소리가 유독 선연하다.

품행

날볕의 가장 따뜻한 부분, 어둠의 가장 안온한 부분,

하늘에 무리짓는 백로같은 순수함, 상처난 몰약나무가 만들어내는 위대함,

그것을 모아 태양을 향해 자라게 하자. 어떤 흔들림도 이 삶엔 없으리라.

━분명 그리했을텐데.



비관적이고/우울한/그러나 이목을 끄는


사람을 좋아하는 호인이었던 적도 있다. 그를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자이나딘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무기력하다.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인 태도를 주로 보이며 긍정적이거나 낙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 무릎 꿇려진 젊은 이상주의자, 그것이 자이나딘 니샨트 알 하람으로 사막을 떠나 메지디에 발이 묶인 순간부터 현실의 모든 현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면에서 마주하려 애쓰다 제 이해와 상상을 넘어서는 것들에 실망하고 부딪혀 산산조각이 난 흔적이 성격 곳곳에 남아있다. 언제나 자신을 감추고 눈 감아 외면하는 순간에 자신이 가장 안전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끌고 마는 것은 그의 곁에 붙은 후광 탓이다. 파디샤의 가장 귀애하는 동생이라는 후광이 그의 뒤에 따라붙어 사교계를 오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원치않는 온갖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후로 자이나딘은 더 자신의 안으로 움츠러 들었고 타인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으며 타인과의 교류를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일이 늘어났다. 다만 그마저도 하티제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돈과 권세, 명망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행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나마 인간답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때라고는 우드를 연주할 때뿐.



얕고 좁은/울타리 안의 맹목/잊어가는


그에게 인간은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대공의회의 사람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


주변에 의지하지 않고 대부분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두드러지게 내보인다. 친우들이나 알 하람의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나, 그마저도 어릴 적의 밝은 모습과는 꽤 괴리가 있다. 차분하고 침착하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감정을 숨긴다. 가끔 웃거나 떠들 때가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으로 대부분의 순간에 말 없이 상대의 말을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감정을 스스럼없이 내어보였던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감정을 제 안에서 삭히고,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파괴적인 행위를 하는 것으로 갈무리한다. 대신에 자신의 ‘안’에 들어있는 그들-가족과 친우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는다.



주관이 뚜렷한/갈등을 원치 않는/책임감


그런 성향의 변화로 자기 주관이 강한 것을 넘어 고집이 센 꼴이 되었다.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흐름에는 내어놓고 불편한 태도를 취하나 여전히 다수의 주장에 지나치게 쉽게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 또한 여전히 필요 이상의 갈등을 원치 않는 탓이다. 


다만 여전히 이런 ‘다수결에 복종하는 자세’가 가지고 오는 어떤 비극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갈등을 회피하고, 화합을 우선하였다는 것이 면죄부가 되지 않음 또한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다수와 다른 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 택한 비극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이야기

- 비크람의 니샨트

사막에서 태어나 그 위를 걷는 유목민의 손에 자랐다. 

비크람이라는 부족에서 태어났다. 개별의 성은 없이 부족의 이름을 성으로 쓴다. 피를 이은 혈육은 형제자매 셋. 부모도 건재하다. 비크람은 다른 사막의 유목민들과 마찬가지로 사막을 떠돌며 알-파티하 내부의 중계무역에 일손을 돕고 있다. 이들은 다른 부족들만큼 오래되었고, 다른 부족들만큼 부유하며, 다른 부족들만큼 신실하며 현명하다. 또한 자신들의 부유함을 지킬 수 있을만큼 성정이 맹렬하고, 어떤 전투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자들이나 사막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든 나흘간 그들을 보호하는 풍습이 있기도 하다. 관습적으로 모든 성인은 짧은 단검을 하나씩 선물받는데 이것은 전투보다는 실생활에 사용하는 용도로 날이 굽고 손잡이와 칼집이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모든 부족민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드와 레밥을 연주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의 소유물에 무감하고, 늘 궁그루를 찰랑이거나 돌락을 두드리며 춤과 노래로 신에게 예배하였던 때가 있다. 사막의 모래와 뱀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맛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던 먹던 때가.

자이나딘 알 하람은 그것을 ‘비크람의 니샨트’라고 부른다.



- 자이나딘 알 하람

1. 자이나딘 알 하람은 무스카트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스카트란 예로부터 알-파티하의 귀족들이 여름철을 보내는 별장이 모여있는 메지디 근방의 작은 도시로, 메지디에서 무스카트로 이르는 길목은 당연히 귀족들을 위한 상행이 주로 오가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들을 노리는 도적떼 또한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대공의회가 해산되고 3년 후, 정식 예니센이 된 니샨트는 메지디의 제마아트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 파디샤 바예지데가 귀애하는 여동생 하티제가 자신의 자녀들과 무스카트로 휴가차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 근방의 도적을 염려한 파디샤의 명으로 예니센이 하티제의 호위를 맡게 되었다. 본디 베이릭이 맡았어야 할 경호임무였으나 당시 접경지 분쟁이 심화된데다 무스카트는 실질적으로 메지디와 영토를 공유하고 있다 보아도 무방하므로 임시적으로 메지디의 제마아트에게 맡겨졌고 니샨트는 그 중 하나로 배치되었던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도적들은 후사를 두려워하여 귀족의 행렬에는 손대지 않을 것이었으나, 그 날은 조금 달랐다. 평소의 귀족 행렬과 달리 수없이 늘어서 패물과 식량을 옮기는 시중인들에 눈이 먼 도적들이 모래폭풍을 이용하여 이들을 도적질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다만 그들은 행렬에 사막의 기후에 대단히 민감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른 시간부터 니샨트는 모래폭풍을 예견하고 근처의 골짜기에서 밤을 보낼 것을 권유했고 행렬은 그의 조언에 따라 이동했다. 도적들은 자신들의 계획 대신 골짜기라는 지형을 이용하여 행렬을 몰살하고 재물을 빼앗기로 계획을 변동하고, 모래폭풍이 잦아든 새벽녘 절벽 위에서 돌을 굴러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 달리 성행을 사용할 수 있는 군인들이 경호인력으로 붙은 일행은 약간의 피해는 있었으나 큰 문제 없이 도적떼를 제압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와중에 도적들은 경호대상이 타고 있던 마차를 향해서도 거리낌없이 화살을 쏘아붙이거나 공격을 감행하였는데, 우연히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니샨트는 섬세하게 마법을 운용하는 모습과 화살을 막기 위해 아이들 앞에 몸을 던지기까지 하는 모습을 하티제에게 각인시키고 말았다.

1-1. 그러니까 그것은, 정말로 불운한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


2. 하티제와 그의 아이들은 무스카트에 머무는 동안 니샨트와 제법 깊은 친분을 쌓았다. 

니샨트는 그 친분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고, 단지 하티제와 아이들 또한 ‘친구’가 되었음에 기뻐했다. 그러나 이 상냥한 왕녀는 큰 공을 세운 이 젊은 예니센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하여 메지디로 돌아온 후 그는 무스카트로 가는 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파디샤에게 고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가 좀 더 수월하게 승승장구 할 수 있게 베이릭으로의 재배치를 보상으로 내려주길 청했으며, 파디샤는 그게 썩 나쁘지 않은 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니샨트에게는 가장 큰 불운이었다.


3. 베이릭으로 재배치 되는 과정 또한 불운했다. 

니샨트는 전투 상황에서의 그의 신력 운용이 궁정학교에서 수학하며 받은 기록들과 다소 상이하다는 평가를 반복해서 듣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혹독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체력, 신력, 신력의 운용등의 평가를 다시 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실제 그의 능력은 일반적인 동년배의 예니센보다 다소 뛰어난 편이며, 특히 주변의 시류를 읽는 능력이 기민하여 자신의 능력을 대단히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이 판명되었다. 하여 그는 제마아트로 배치된지 1년도 채 되기 전에 베이릭으로 재배치 되었다.

3-1.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그러게 우리가 저 녀석을 그냥 대공의회에 보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4. 그리고 하티제는 그를 사교계에 소개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베이릭으로 근무하는 것 또한 니샨트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었으나 더욱 버틸 수 없는 것은 하티제의 ‘감사’였다.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이라지만 하티제 또한 왕족,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직계였으니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는 없었는데, 하티제는 이 젊은 예니센이 사교계에서 인망을 쌓으면 앞으로의 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또 그의 자식들은 자신들에게 ‘귀족이 아닌 예니센’ 지인이 생겼음을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혹은, 높으신 분의 ‘약간의 요구’로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니샨트를 데리고 사교계에 나섰다. 처음에는 그저 하티제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를 이용하던 이들도 그가 베이릭이 되고 사교계에서 발을 넓혀감에 따라 니샨트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하게 되었고 사교계에서 흔히 떠도는 소문-어느 귀족과 그가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낭만적인 헛소리부터 불미스러운 불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들까지 익숙하게 그의 발 뒤꿈치에 따라붙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메지디 내에서 원치않는 울타리를 계속 넓혀갔다.


5. 그리고 그것은 다소 불운한 정세와 맞물려 니샨트를 정치적 간판으로 키워내는 결과를 낳았다.

비크람은 정주하지 않으므로 직접적인 독립 시도와는 거리가 있으나, 그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도 없으므로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들을 전하는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들 수 있었다. 오래간 사막을 떠돌며 살아왔으므로 사막에 발을 걸친 속령들과는 깊은 친분을 맺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개무역을 주로 하는 위치다보니 사막 곳곳의 이야기를 다른 곳곳으로 퍼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단 이야기다. 해서 제국은 비크람이 사막의 상황에 대해 다른 도시들에 입을 열기를 원치 않았는데, 마침 그들의 손에는 부족장의 조카가 쥐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조카는 또 감히 벗을 수 없는 후광을 업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제국은 그를 훌륭하게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사막의 오래된 피를 타고 난, 신의 축복을 받은 종자가 파디샤를 지지하며 무궁한 충성을 맹세하고 가까이서 그를 보필한다는 말처럼 사막을 진정시키기 좋은 선동이 달리 있을까.


6. 그 모든 것이 니샨트를 망가뜨렸고, 1397년 후반기부터 그는 급격하게 비관적으로 변해갔다.


7. 그러한 니샨트를 가엾게 여긴 것이 파리드 알 하람으로, 그는 니샨트를 양자로 삼아 1398년 알 하람 가문에 입적시킨다. 



- 알 하람

알 하람은 알-카티 근방 변경 출신의 가문으로, 해당 지역의 총독을 도맡아 하던 가문이기도 하다. 현 가주인 파리드 알 하람은 예니센으로 복무하다, 현재는 궁정학교에서 예니센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구성원이 군인이나 관리 등 국가의 여러 방면에서 충성을 바치고 있으며 현재는 이변을 피해 많은 구성원들이 메지디 혹은 메지디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또한 오래간 유목을 하다 제국에 합병되며 정주하게 된 일족이며 자이나딘과는 궁정학교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기에 가문 내에서의 자이나딘의 입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외부에서는 파리드 알 하람에게 장성한 자녀가 넷이나 있고, 이미 하티제라는 뒷배를 입은 자이나딘이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알 하람 내에서 굳이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기에 가문 내의 위계를 망가뜨리지 않으리라 판단되어 화목한 분위기를 꾸며낼 수 있는 것이라 보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문 내에서 자이나딘 알 하람은 솜털이 빠지기 시작한 청소년기의 강아지 취급을 받고 있으며 밥그릇을 들고 그를 쫓아다니는 형제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는 한다.



- 전투

자이나딘의 신력 자체는 다른 예니센들에 비해 특별하게 강하다거나 특출나게 파괴적이진 않다. 그러나 그는 자연환경을 기민하게 읽을 수 있는 눈이 있으며 특히 사막에서는 타인이 느끼지 못하거나 눈치채지 못하는 것들을 신속하게 알아내 자신의 성행에 섞는 행위에 능하고, 그것을 대단히 섬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사막외의 지역에서는 다수를 상대하는 전투나 높은 파괴력이 필요한 전투보다는 암살이나 기습, 요인 보호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나, 사막에서는 다수를 상대하는 전투도 어렵지 않게 해내며 비슷한 정도의 신력을 지닌 예니센보다 더 큰 파괴력을 내는 성행을 행하기도 한다.

무기는 짧은 단검 두개를 사용한다. 사막의 것들을 모두 잊어버린 듯 살고 있지만 검과 검술만은 어려서부터 몸에 익은 비크람의 것 그대로다.



- 앵무새

커다란 회색앵무를 키우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린 것으로 꼬리깃 뿐만이 아니라 배와 가슴 언저리에도 붉은 깃이 난 것이 특징적. 제법 똑똑하고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도 능하다. 이름은 저빌.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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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0/265
체력
1 / 10
완력
10 / 10
방어
0 / 10
자애
0 / 10
각오
5 / 10
집중
5 / 10
신앙
0 / 10
근면
0 / 10
민첩
4 / 10
재주
0 / 10
인내
0 / 10
설계
0 / 10
화술
0 / 10
관찰
5 / 10
사교
127 / 999
도덕
108 / 999
0 / 999

INVENTORY


STORY

  • 로코 카르보

    2차 대공의회
    오래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어느날부터인가 제국에서 성국으로 향하는 편지에는 돈이 든 주머니가 따라붙었고 성국에서 제국으로 향하는 편지에는 커다란 캔버스가 따라붙었다. 다만 그마저도 97년 전반기까지라, 후반기부터는 돈 주머니만이 주로 보내졌다. 그럼에도 캔버스에 붙어오는 편지는 여전했고 그 꾸준함에 못 이긴 것인지 때때로 짧은, 간단한 답신이 보내지기도 했다.
    물론 거기에 자세한 상황은 적혀있지 않았다. 정치적 간판으로 이용당한다는 것, 뒷배가 부담스럽다는 것, 메지디를 떠나지 못하는게 힘들다는 것, 귀족들의 알력싸움에 지쳐간다는 것 따위는 하나도. 그저 건강하다, 잘 지내냐, 그림은 마음에 든다 정도의 가벼운 인사치레들일 뿐. 그럼에도 그림과 함께 보내지는 편지는 늘 다정했고 그래서 자이나딘은 그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다시 붓을 들었다. 말미에는 이제 스스로도 낯선 이름을 적었다.
    니샨트로부터, 라고.
  • 타릭 아르슬란

    2차 대공의회
    첫 편지는 일곱장 쯤 되었을 것이다. 먼저 학교를 떠난 이에게 할 말은 그만큼 많았다. 그 이후로도 무슨 일만 있으면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쳤는데, 95년부터는 다소 보고서 쓰듯 감정이 사라지더니 97년도 후반부터 아예 연락이 끊어졌다. 마지막 편지도 '알 하람에 입적했다' 뿐이었으니 타릭 입장에선 당황스러웠겠지. 하지만 누구도 어떻게도 해 줄 수 없음을 알기에 혼자서만 삭여야 하는 것들이 있다.
    가끔 바보같은 장난을 치던 날들의 꿈을 꾼다.
  • 하제르 이븐 바스나 알 에르도안

    2차 대공의회
    처음 제2제마아트에 편성되었을 때는 꼭 각인된 오리새끼처럼 하제르를 따라다녔다. 그의 '우린 친구가 아니다'라는 말에도 괘념치 않고 '아니! 우린 친구야!'라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반년이 지나고 채 1년도 지나기 전에 니샨트는 베이릭으로 재편성 되었고 그 이후로 관계는 희미해졌다.
    그래도 97년 전까지는 자주 그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고민도 상담하고는 했다. 소속이 바뀐 뒤로는 하제르가 내처 자신을 환영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시간이 나면 몰래 숨어들었다. 하제르와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달라서 그의 이야기가 제게도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겪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어떻게도 할 수 없어 숨이 막히는 심정을 누군가에게는 가볍게라도 이야기 해야만 했다.
    하제르는 메지디의 제마아트여서, 그리고 자이나딘은 제 8베이릭이어서 어지간해선 메지디를 떠날 수 없기에 메지디 주변의 크고 작은 이변에 파견 될 때에 얼굴을 마주하는 일도 잦았다.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어디까지나 무감하고 공적이었다. 그러나 때때로 하제르가 자신의 상황을 살피는 것 같은 말을 꺼낼 때에 자이나딘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 수 밖에 없었다. 한때는 금화와 고기를 나누어주는 것만으로도 전능해 보였던 하제르 알 에르도안이지만, 그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안다. 하여 고개 숙여 지나치며 주의하겠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유난히도 딱딱했을 것이다.
  • 샤키라 빈트 라시드 빈 달랄 알 미르자데

    1차 대공의회
    "옛날에 미르자데에서 지낸 적이 있어! 샤키라네 할아버지가, 미르자데에 있는 동안에는 여기를 써라, 하고 집을 빌려줘서. 그 날 저녁에 식사도 엄청나게 대접받았는데, 마지막에 나온 과자가 너무 맛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밤에 잠이 깨서 몰래 주방에 가서 과자를 찾는데...남은 음식들이 눈에 띄지 뭐야! 그래서 그걸 다 먹어 치웠어! 근데 누가 이렇게, 쯧쯧, 하고 불러서 보니까 바닥에 그 과자를 두면서 나를 부르고 있는거야. 웃기지? 그래서 그거 주워 먹으면서 방에 갔는데, 그게 샤키라였어. 방이 엄청 크고 예쁘고 좋은 냄새가 났던게 기억 나. 샤키라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하면서 예쁜 목걸이도 걸어 줬고.
    근데 다음날 어른들이 날 데리러 와서. 어쩔 수 없지, 비크람은 머물 수 없으니까! 샤키라는 막 울고불고 떼썼는데, 걔네 할아버지가 뭐라고 말해줘서 날 보내줬어. 그러고서는...궁정학교에서 볼 때까지 볼 일이 없었지? 나도 미르자데의 아가씨가 학교에 갔다고만 들었지 신력이 발현된 것까지는 몰랐고. 근데 나중에 보니까 궁정학교에 되게 낯익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는거야! 이름을 들어보니까 미르자데의 샤키라라지 뭐야. 샤키라는 처음엔 날 못 알아봤는데, 펜던트를 보여줬더니 알아봐 줬어. 그래서 샤키라랑은 친구가 됐어! 지금도 옷이라던가 장신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하지만...뭐, 그건 샤키라한테 그런 것들이 중요하니까 그런거겠지! 난 샤키라와 대공의회에 함께 올 수 있어서 되게 좋았어!"
  • 유르카 카르얄라이넨

    1차 대공의회
    "허-브라고 한대, 약초 말이야. 그리고 그걸 기르는 데는 온-실. 처음에는 그냥 마당인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좋은 냄새가 나는 풀이 있다! 하고 뒹굴고 놀았는데, 유르카가 키우던 허-브였다고 해서. 미안한 짓을 해버렸지, 뭐. 근데 별로 화도 안 내고, 미안하면 정리하는걸 도와주면 된다길래 허-브 키우는 걸 도와주기로 했어. 나는 성국의 풀은 모르는게 많아서 그냥 유르카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금은 꽤 잘 자라서 가끔 따다가 먹기도 해! 되게 향긋한 냄새가 나서 좋은걸!(깔깔 웃으며) 나는 성국의 것들은 전혀 모르지만 사막에 자라는 건 잘 아니까, 가끔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줘. 이 풀은 이런 냄새가 나, 이런 꽃이 펴, 하면 유르카는 재밌다는 듯이 들어줘서 좋아. 나중에 제국에 가게 되면 사막의 것들을 많이 보여줄거야. 나는 사막을 좋아하고, 유르카도 좋아하니까!"
  • 클레멘 힐데브란트

    1차 대공의회
    "성국에 처음 왔을 때 궁금해서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잡혀서 혼난 적이 있었어. 막 나한테 뭐라고 하는데 나는 성국어는 하나도 모르니까.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멀뚱히 있었는데 클레멘이 나타나서 도와줬어. 진짜 대단했다니깐? 성국어도 제국어도 자유자재로 하는데 아! 이 능력을 잡아먹어야겠다! 하고 생각해서, 말하는 거 가르쳐주세요! 했더니 흔쾌히 가르쳐줬어. 근데 말하는 건 쉬운데 쓰고 읽는건 너-무 어려워. 클레멘은 좋은 사람이라서 제가 잘 못 가르쳐서 그렇습니다, 하는데...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제국어 배울 때도 읽고 쓰기는 잘 못했어! 이건 비밀이야, 으헤헤!"

    2차 대공의회
    오래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신학교를 통해, 그리고 클레멘이 벨엄에서 사제직을 수행하고 난 뒤에도. 어릴 때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었지만, 예니센이 된 후에는 감정적인 말을 아끼게 되었다. 하지만 계획에 대해서 물어왔을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유독 흐트러진 카엘룸어로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써 보냈던가.
    97년도 이후로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 이스락 베예

    1차 대공의회
    "이스락 최고 좋아. 나 처음에 궁정학교 갔을 때 조금 무서웠는데, 이스락이 옆에서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줬어. 잠은 어디서 자고, 밥은 어디서 먹고, 교복은 어떻게 입고...그런거. 그리고 업어달라고 하면 업어주고, 목말 태워달라고 하면 태워주고, 운동할 때 올라타도 싫다고도 안 해. 먹을 것도 자주 챙겨주고...그러고보면 내가 몸이 좋은지 안 좋은지도 나보다 잘 아는 것 같기도 해, 신기하지? 그리고 이스락은 말이 많지 않지만 대신에 내 말을 잘 들어줘. 모래 냄새가 맡고 싶은데 맡을 수가 없어서 슬프다, 사막의 소리가 듣고 싶은데 들을 수가 없어서 힘들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꼭 옆에서 조용하게 그 말을 다 들어주는데, 비크람에 두고 온 내 낙타가 생각나서 너무 좋아. 성국에도 이스락이 같이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2차 대공의회
    아마 비크람의 니샨트에게서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사람이 이스락 베예일 것이다. 그가 졸업하여 학교를 떠난 후로는 한달에 한번 꼴로 편지를 보냈다. 답장을 기다리기도 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편지지부터 꺼냈으니 말은 다 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97년도 이후로는 연락을 하지 않았고, 대공의회 파견을 위해 다시 소집된 자리에서도 알 하람에 입적하여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 외에 자신의 상황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워 했지만, 거리감을 갖는다. 입으로 꺼내면 무너질 자신을 안다.
  • 엘레오노르 엑시오시

    1차 대공의회
    "엘은 맨날 나한테 케이크의 큰 부분을 줘. 엄청 좋은 사람이야. 물론 처음에는 내가 엘의 케이크를 허락도 없이 먹었지만...그건 사람이 케이크를 그렇게 혼자 외롭게 두고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탓이었는걸! 하여간 조금 속상해 하는 거 같았지만, 그 이후에도 엘이 뭐 먹는거 같아서 찾아가면 싫은 기색 없이-(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을 한다)- 케이크를 나눠 줘. 가끔 옷이 삐져나왔다 구겨졌다 머리가 헝크러졌다 하고 잔소리도 하지만...나는 잔소리 해주는 거 좋아. 그건 '관심이 있다'라는 뜻이라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엘은 나한테 관심이 있구, 나도 엘에게 관심이 있어! 그러니까 오늘도 '같이' 간식을 먹을거야!!"

    2차 대공의회
    학교에 있을 때에는 편지에 제법 답도 오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답이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없기만을, 그저 건강히 잘 지내길 바랐는데, 그 답이 '어느날 한 쪽 눈을 잃은 채로 집 앞에 서 있기'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엘레오노르가 메지디에서 지내는 짧은 시간동안, 신세지고 있던 알 하람의 저택에 엘레오노르 또한 함께 신세를 지게 되었다. 대공의회 시절 이야기 했던 음식을 같이 먹던 것은 얼마나 즐거웠던가? 제국의 향신료와 꽃에 대해 이야기 하던 것은? 하늘을 바라보고 사막에서 퍼 온 모래를 만지던 것은.
    그러나 늘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남는 것은 헤어짐 뿐이다. 97년도 이후 처음으로 편지를 써보고자 붓을 들었으나, 기어코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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